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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일상 속 미투운동, 그 거대한 파도를 기대하며
오피니언 인천시론

[인천시론] 일상 속 미투운동, 그 거대한 파도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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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미투운동(#Me Too·나도 고발한다)이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강력한 바람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문득 작금의 미투운동이 용두사미처럼 한순간 바람으로 그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미투운동은 끝없이 일렁이는 큰 파도가 되어야 한다. 이는 미투운동의 주요 대상이 소위 갑을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으로,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부조리한 권력관계가 그 근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반적인 성폭력이 폭행이나 협박과 같이 눈에 보이는 물리적 힘을 수단으로 함에 반해 미투운동에서 문제가 되는 성폭력은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그 수단으로 하기에, 피해자 스스로도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증거 역시 확보하기 어렵기에 처벌이 쉽지 않다.

 

결국, 피해자들의 용기 어린 미투가 없다면 세상은 변화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더는 미투운동을 온전히 피해자와 피해자를 응원하는 국민만의 몫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다. 우선 일상 속 미투운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방해물은 형법상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규정이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려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형법은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두고 있으나, 만약 미투운동의 상대방이 공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면 위와 같은 공공성이 인정될 여지는 적어진다. 

위 규정을 폐지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엄격한 조건하에서만 제한적으로 성립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현행 형법은 신문·잡지·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비방의 목적’이 있을 경우에만 처벌토록 하여,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이를 일반인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적용한다면, 일상 속 미투운동 역시 더욱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더욱이 ‘비방의 목적’이 있을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성립되므로, 미투운동의 가면을 쓴 거짓된 폭로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성희롱을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를 복직시키라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며, “법원이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며 “성희롱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는 등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할 것을 지적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가해자 중심적 문화·인식·구조 등으로 인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하였다.

결국 위와 같은 사법부의 판결은 미투운동의 거대한 물결에 응답하는 사법부의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한다)인 것이다.

이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법 개정으로 응답해야 할 때이다. 국회의 ‘위드유’는 언제쯤 선언될까 기다려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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