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테스트·빅데이터 수집 지원·스타트업 육성, 3박자 업무 통해 자율주행 기술메카 자리매김
보쉬 등과 네트워킹 행사 ‘글로벌 진출’ 교두보...모빌테크 등 센터 입주한 8개 기업 알찬 성과
사람이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여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율주행자동차가 실제 도로를 누비는 일은 더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실제 도로를 주행 중인 자율주행차가 있다. 바로 판교 제로시티를 누비는 ‘제로셔틀’이다. 제로 셔틀은 판교역∼판교제로시티 같은 구간을 운전자 없이 스스로 반복 운행한다. 지난해 기준 제로셔틀은 1천455㎞를 운행했으며, 705명의 일반 시민들이 탑승했다.
이처럼 경기도가 ‘자율주행 시대’의 메카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자율주행센터의 역할이 컸다. 특히 센터는 자체적인 기술 개발을 넘어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기술의 요람’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 처음 출범한 이후 공공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경기도자율주행센터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편집자 주
■경기도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다양한 업무 수행
경기도자율주행센터는 2019년 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지속가능한 공공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동으로 출범했다. 센터는 자율주행 실증테스트 지원부터 자율주행 빅데이터 수집 및 서비스 지원, 자율주행 스타트업 육성 업무를 통해 경기도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국내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판교제로시티에서 수집한 자율주행 공공데이터를 국내 최초로 개방했다. 실제 도로환경에서 수집된 자율주행 데이터를 개방한 것은 경기도자율주행센터가 처음이다.
센터는 국내 최초 도심환경 자율주행 실증단지인 판교제로시티(판교 제 1, 2 테크노밸리)에 설치된 지능형 CCTV를 통해 자동으로 추출한 안전관제 이벤트 영상을 개방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식별화 처리된 주요 객체(보행자, 자동차, 신호등 등)에 대한 어노테이션 파일도 함께 제공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페스티벌 2021’에 참가해 자율주행 AI 안내원 서비스’의 프로토 타입을 최초로 공개, 공공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에 일조했다.
자율주행 AI 안내원 서비스는 차량 주정차, 탑승객 승하차 위험요소 인식 등 주행 안전을 위한 AI 기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율주행차, 수용응답형셔틀과 같은 미래형 차량뿐만 아니라 어린이 승합차와 같은 일반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 육성… 연구공간부터 인프라까지 ‘전폭 지원’
센터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육성이다.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의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공간과 인프라를 제공해 투자연계 및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사물인터넷(IoT) 시설물, 차량-사물간 양방향통신(Vehicle to Everything, V2X)을 통한 관제모니터링,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서비스 등의 인프라를 무상으로 이용, 보다 손쉽게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다양한 제품들을 실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센터는 공공 자율주행차 ‘제로셔틀’를 통해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판교제로시티(판교 제 1, 2 테크노밸리)의 인프라를 활용해 자율주행차가 운전자 없이도 안전하게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지, 또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보쉬, 콘티넨탈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 관계자들에게 기업들의 기술을 피칭할수 있는 네트워킹 행사를 마련해 글로벌 진출기회를 지원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스타트업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KADF2020(한국 자율주행 개발자 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해 자율주행 기술트렌드와 활용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입주 스타트업
현재 센터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은 모라이, 모빌테크, 비트센싱, 서울로보틱스, 에스오에스랩, 에이모, 웨이티즈 컨텍모빌리티 등 8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입주 후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라이(공동대표 정지훈, 홍준)는 카이스트 자율주행차 연구진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풀스텍(Full-stack) 시물레이션 플랫폼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입주 후 네이버 D2SF와 카카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을 뿐 아니라 엔비디아(NVIDIA) 인셉션 프로그램(Inception Program)에 선정되고, 벨로다인(Velodyne)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고 있다.
비트센싱(대표 이재은)은 외부환경에 영향받지 않는 고해상도 차원의 4차원 이미지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자동차 부품 대기업인 만도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자율주행 뿐 아니라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레이더센서 등 헬스케어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학습데이터 가공 플랫폼 전문 기업 에이모(대표 오승택)는 경기도자율주행센터에서 확보한 자율주행 학습데이터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300억 규모의 디지털 뉴딜사업에 참여 중이다. 지난해 출시한 데이터 라벨링 협업 플랫폼 ‘에이모 엔터프라이즈’를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공해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서울로보틱스(대표 이한빈)는 자율주행차의 눈 라이다(LiDar)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빛으로 전방의 물체를 3차원으로 감지하는 라이다를 통해 인식한 영상으로 전방의 차량과 사물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라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BMW, 벤츠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 세계 라이다 제조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 공간정보 스타트업 모빌테크(대표 김재승), 자율주행 차량용 라이다 개발기업 에스오에스랩(대표 정지성), 자율주행 V2X 통신 시스템 개발기업 웨이티즈(대표 권순일), 자율주행 전기차 및 로봇기술개발 컨텍모빌리티(대표 윤석재) 등도 경기도자율주행센터에서 다양한 협력실증을 진행 중이다.
■판교제로시티를 개발자들의 놀이터로… 기술장벽 해소한다
센터는 기업들이 판교제로시티가 기술과 제품을 실증하거나, 제로셔틀과 테스트할 자율주행차들이 연계돼 도로 및 교통시스템 등의 인프라를 확인하는 ‘공공재’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센터의 최종 목표는 판교제로시티를 스타트업 등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플레이어들의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기업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기술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는 완충지 역할을 하면서 사업을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이같은 목표하에 센터는 오는 3월 판교제로시티를 중심으로 ‘제 2회 경기도 자율주행 실증챌린지’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인프라 실증, 자율주행차 소ㆍ부ㆍ장(소프트웨어ㆍ부품ㆍ장비) 실증, 자율주행차 운행 서비스 실증 3가지 분야에 최대 4억5천만원의 활동비용을 지원한다.
경기도자율주행센터 관계자는 “센터는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등이 자유롭게 제품을 개발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며 “경기도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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