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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한국인에게 종교란
오피니언 삶과 종교

[삶과 종교] 한국인에게 종교란

최근 넷플릭스에서 <지옥>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종교의 틀 안에서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종교의 잣대로 해석하고, 그 해석으로 인해 세상은 혼란과 광기로 뒤덮여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는 불완전한 사회를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속 종교 집단은 이러한 현상을 ‘심각한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간다’는 교리로 연결 짓고 그 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 그들의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켜 인간의 두려움을 더욱 자극하고 인간의 지성과 자유를 옥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한국리서치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 ‘종교가 없다’는 응답은 54%로 나타났다. 인구의 대다수가 종교를 갖지 않고 있음에도 성탄절과 석가탄신일 모두를 공휴일로 지키고 있는 나라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순간에 종교를 마주하기도 한다. 단지 추첨을 통해 진학한 고등학교가 특정 종교 재단에 속한 학교라는 이유로 종교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수학여행 때 산을 가면 꼭 사찰을 방문해야 하고, 명절만 되면 제사상을 차리고 조상께 절을 하는 나라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명 ‘종교백화점’인 우리나라에서 종교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차원이 돼버렸다. 즉 인간 사회 속에 종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한국인에게 종교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인문학적 성찰은 당연하다. 종교는 인문학적으로 문화, 역사, 철학, 예술처럼 인간 사회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 역시 우리 자신을, 우리 사회를, 인간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성찰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인간에게 종교란 어떤 이로움을 주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느 종교가 옳고 그름을 초월한다. 그리고 종교가 지닌 본질과 목적에 집중하게 된다. 바로 종교가 믿어야 할 신, 혹은 대상에 집중한다. 그러나 혹여 어느 종교가 그들의 본질보다 그 본질을 위한다는 배후의 힘과 논리를 지니고 있다면, 그래서 어떠한 욕망과 권력이 작동하고 있다면 그 종교는 비판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드라마 <지옥>에 묘사되는 종교 집단처럼 만약 신의 존재 여부와 신앙의 목적, 그리고 인간의 유익보다 죄에 대한 심판에 집중한 그 교리 때문에 인간 내면에 있는 자유를 억압하고 양심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과연 그 종교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질문은 종교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차원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인간이 만든 법, 사회, 그리고 문화 등 그것은 분명 인간을 이롭게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의 해석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회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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