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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통합의 정치 실현, 생각부터 다르고 바르게
오피니언 아침을 열면서

[아침을 열면서] 통합의 정치 실현, 생각부터 다르고 바르게

대선 이후, 통합의 정치가 화두가 되고 있다. 성별·세대·지역의 지지율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득표율도 0.73%의 근소한 차이를 드러내어, 역대 대선에서 찾아보기 힘든 혼돈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여든 야든 아쉽게 석패 했기에 위안을 삼거나, 어쨌든 이겼기에 승리에 도취해서는 안 된다. 분열된 국론의 통합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정치권에서 대결과 정쟁의 태도를 자제하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정치적인 노력으로 정책과 제도를 보완하여 통합하는 것은 시급하고 필수적인 조치이다.

하지만 거시적인 대안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자율적인 인식 전환은 효과가 더디더라도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쪽과 상대 쪽을 갈라치기 하고, 상대를 배척하는 편협한 자세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이 바로 서야 행동이 일관되게 상식적일 수 있다.

사람들은 악취를 맡으면 코를 막고, 꽃을 보면 좋아한다. 물론 반대 경우도 있다. 예쁜 꽃을 싫다 하고, 나쁜 냄새를 향기롭다 여기는 경우이다. 대상과 만나 생각이 드러나는 순간, 욕심이 개입되어 착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살피고, 옳은 생각을 간직하는 실천이 요구된다.

다만 선현 율곡은 ‘성학집요’에서 나쁜 생각이 들더라도 좋은 생각을 하려 하면 선한 생각을 그나마 간직할 수 있지만,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것이 ‘부념(浮念)’의 제거라고 하였다. 부념은 현실과 무관하게 마음에서 갑자기 일어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쓸데없는 생각이다. 쓸데없는 생각이 일어났을 때 이를 알아차리고 가볍게 물리친 후 마음을 수습하여 이끌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논어’에서는 때가 낀 거울처럼 지금 이 순간을 바로 비추지 못하는 쓸데없는 생각의 결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일에 대해 섣부른 예단을 하는 경우이다. ‘사사로운 의도도 없고(毋意),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도 없어야 한다(毋必)’고 하였다. 일이 발생하기 전에 그럴 것이라는 예단을 하게 되면 점차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마음으로 확장된다. 이런 상태에서 일을 마주하면 자기만의 편견으로 판단하여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미 일어났던 과거 일에 대해 고착화된 편견을 지니는 경우이다. ‘고집하는 것도 없고(毋固) 자기에만 갇히는 것도 없어야 한다(毋我)’고 하였다. 일이 발생한 후에 마음에 편견이 남아 있으면 점차 자기에만 갇히게 된다. 상대가 변화 했음에도 과거에 머물러 관계맺음을 할 수 없다.

맑은 거울은 마주한 대상을 온전히 비추다 대상이 바뀌면 이전 사물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새로운 대상을 비춘다. 마음도 거울처럼 지금 바로 여기에만 감응하는 것이 본질이다.

겹겹이 쌓인 먼지와 때를 닦아야 거울 기능을 할 수 있듯, 마음에 남아 있는 쓸데없는 편견을 제거하여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주변 존재를 바로 보아 화합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다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다름과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어 통합의 정치를 이루는 근본적인 시작은 생각부터 다르고 바르게 하는데 달려 있다.

고재석 성균관대학교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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