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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남자] 최병수의 ‘장산곶매’

잠을 깬 장산곶매, 세상을 깨우다

김종길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7년 03월 15일 20:35     발행일 2017년 03월 16일 목요일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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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창작과비평사’는 소설가 황석영의 희곡집 ‘장산곶매’를 엮어 냈어요. 민족적 형식과 예술적 성과를 담지 못한 공연은 가치 없는 공연이라며 후배들을 독려했던 그가 젊은 날 현장문화운동의 흔적들인 현장대본 12편을 모아 펴낸 것.

그 중 1981년 작인 ‘장산곶매’는 황해도의 지방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장수매를 바탕으로 창작한 것이에요. 그의 소설 ‘장길산’ 에서 이야기하는 장산곶매를 볼까요?

“팔대 명산의 하나이며 태고적 단군의 도읍지인 구월산은 그 줄기가 남서쪽으로 우회하여 추산을 따라 불타산에 이르고, 막바지로 그친 곳에 장산곶이라는 험한 해안 마루턱이 있으니, 옛 노래에,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금일도 상봉에 님만나 보겠네/ 갈 길은 멀구요 행선은 더디니/ 늦바람 불라고 서낭님 조른다’ 하던 그곳이다.”

뒤를 이어 매와 수리의 싸움 장면과 이를 지켜보는 마을사람들을 판소리 운율조로 소설은 펼쳐내고 있어요. 바로 이 장면의 이야기는 서총련 노래단의 일원이자 한총련 소속 가수로 활동했던 ‘조국과 청춘’의 제5집 앨범 타이틀곡으로도 제작되었죠. 1996년의 일이에요.

유인혁이 작사하고 곡을 붙인 그 노래가사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내 가슴에 사는 매가 이제 오랜 잠을 깬다/ 잊었던 나의 매가 날개를 퍼덕인다/ 안락과 일상의 둥지를 부수고/ 눈빛은 천리를 꿰뚫고/ 이 세상을 누른다// 날아라 장산곶매/ 바다를 건너고 산맥을 훨 넘어/ 싸워라 장산곶매/ 널 믿고 기다리는 민중을 위하여”

장수매는 송골매의 일종으로 사냥새예요. 생후 1년생을 ‘보라매’라 하고 다 자라면 ‘산진이’라고 해요. 또 새끼를 길들여 키운 것을 ‘수진이’라 부르고, 깃털이 희면 송골매, 깃털이 푸르면 해동청이죠.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7년에 최병수는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 외벽에 ‘한열이를 살려내라’라는 걸개그림을 걸었어요. 그 그림은 집회 현장에 걸린 거대한 신념의 역사화였고요. 그런 그가 1990년에 새긴 목판화 ‘장산곶매’는 황석영의 장산곶매 이야기를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탄생시킨 것이라 생각해요.

그 장면은 “구월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쭉 뻗다가 뚫어진 장산곶에 매가 산다. 그 매는 땅의 정기가 세서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숲에 둥지를 틀고 일 년에 딱 두 번 사냥을 나간다”는 서사는 물론, ‘내 가슴에 사는 매가 이제 오랜 잠을 깬다’는 상징을 모두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게 나라냐’라고 소리쳤던 사람들이 이제 ‘이게 나라다’라고 바꿔 말하고 있어요. 그들 손에는 촛불이, 그리고 그들 마음에는 매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손과 그 마음으로 다시 미래를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문화재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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