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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도민 혈세 900억원,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아무도 몰라?!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노출승인 2017년 03월 19일 21:30     발행일 2017년 03월 20일 월요일     제3면
경기연정의 일환으로 처음 시도된 900억 원 규모의 ‘경기도의회 자율편성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전혀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편성예산은 국내 지방자치제도 역사에서 처음으로 의회가 공식적인 예산편성 권한을 갖게 된 ‘역사적ㆍ실험적’ 시도였지만 그 예산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행방을 알 수 없어 제대로 된 평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지사는 경기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적 연정을 뛰어넘고자 ‘예산연정’을 추진, 지난 2015년 7월 추경예산안 편성 당시 100억 원의 예산을 ‘자율편성예산’으로 배정했다.

자율편성예산은 경기도와 도의회가 합의한 일정 규모의 예산에 대해 도의회가 자율적으로 편성권한을 갖는 예산으로, 그동안 예산에 대한 심의ㆍ의결권만 갖고 있던 도의회가 공식적으로 편성권을 갖게 되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도입 당시 도 집행부에서는 예산 심의과정에서 관례적으로 존재해 왔던 ‘쪽지예산’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나눠 먹기식’ㆍ‘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후 자율편성예산은 2015년 9월 2차 추경예산 편성에서 300억 원, 2016년도 본예산 편성에는 500억 원이 배정되면서 1년 6개월 동안 9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자율편성예산으로 배정ㆍ편성됐다.
▲ 경기연정 추진일지
▲ 경기연정 추진일지

도의회는 2016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논의된 자율편성예산 500억 원은 상임위원회 60%(300억 원), 교섭단체 40%(200억 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120억 원ㆍ새누리당 80억 원)으로 나눠 편성했으며, 상임위에 배분된 300억 원은 운영위원회를 제외한 9개 상임위에서 각각 31억 6천만 원씩 배분했다. 일부 상임위는 이 예산을 도 집행부가 부족하게 편성한 사업이나 상임위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에 사용하기도 했지만, 일부 상임위의 경우 소속 의원들이 균등하게 나눠 지역시설 보수 등 각자의 지역구 예산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 편성에 대해 감독을 해야 할 도의회가 직접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서 예산 나눠 먹기 등의 비판이 나왔고 결국 지난해 9월 2기 연정이 출범하면서 ‘자율편성예산’은 사라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900억 원에 달하는 자율편성예산의 편성ㆍ집행 내역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 집행부는 도의회가 자율편성예산을 포함한 전체 수정 사항만을 보내왔기 때문에 자율편성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편성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도의회 사무처는 의원들의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도의원들조차 자율편성예산을 어떻게 편성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상임위원장은 “당시 지역구 체육관 보수비로 사용한 것 같은데 정확히 얼마를 편성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으며 B 상임위원장 역시 “집행부가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 자율편성예산으로 집행부 예산을 증액시켜 줬는데 무슨 사업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창욱 경기복지시민연대 사무국장은 “1, 2억 원도 아니고 900억 원 예산에 대한 세부내역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며 “경기도 예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율편성예산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ㆍ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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