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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용인 한국민속촌 ‘웰컴 투 조선’ 캐릭터

분장·의상 뚝딱… 조선시대 기생 환생

손의연 기자 kiteofhand@kyeonggi.com 노출승인 2017년 07월 13일 21:26     발행일 2017년 07월 14일 금요일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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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의연기자가 일일체험에 나선 한국민속촌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기생’역을 맡아 포즈를 취하며 관광객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디즈니랜드에 간 꼬마가 디즈니 캐릭터들에게 사인을 받고 유람선에 탔다. 꼬마는 실수로 그만 물에 사인 받은 종이를 떨어뜨려 버렸다. 우는 꼬마에게 선착장 직원은 집으로 꼭 싸인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며칠 후 꼬마의 집에 사인이 도착했는데 꼬마가 받지 않았던 인어공주 아리엘의 사인이 끼어 있었다. ‘아리엘이 사인 종이들을 찾아주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 이야기를 듣고 20대인 나도 그 꼬마가 되고 싶었다. 디즈니랜드에 가면 모든 것을 잊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만 있을 것 같아서다.

이후 위시 리스트에는 ‘디즈니랜드 가보기’가 항상 자리잡고 있다. 그 이유는 역시 ‘캐스트’ 때문이다. 디즈니랜드에는 신데렐라, 자스민, 아리엘, 뮬란, 라푼젤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린세스들과 미키와 구피 같은 캐릭터들이 활보한다.처음 용인 한국민속촌의 <웰컴 투 조선>에 대해 들었을 때, 디즈니랜드가 생각났다.

한국민속촌에 가면 조선시대의 삶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도 디즈니랜드 캐스트에 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등장한 것 같아 기대도 컸다. 부푼 가슴을 안고 한국민속촌으로 향했다.

손의연기자가 일일체험에 나선 한국민속촌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기생’역을 맡아 포즈를 취하며 관광객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손의연기자가 일일체험에 나선 한국민속촌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기생’역을 맡아 포즈를 취하며 관광객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광년이’ 희망했지만… ‘기생’역 최종 결정
한국민속촌에 가면 ‘그들’이 있다. 꽃거지를 비롯해 장사꾼, 이방, 기생, 화공, 광년이, 주모 등이다. <웰컴 투 조선>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총 19명의 캐릭터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이들은 조선시대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람객과 대화하고 사진을 찍는다. 매년 오디션으로 캐릭터를 선발하며, 이번 시즌에는 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뽑힌 각 캐릭터는 고정팬과 팬페이지를 보유하고 있기도 한다.

처음 민속촌 체험을 결정했을 때 어떤 캐릭터를 할까 오랜 고민을 했다. 동료 기자들에게 전에 화제가 됐던 ‘구미호’역을 하고 싶다 말을 하자마자, “넌 각설이가 딱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고민 끝에 기자는 귀엽고 발랄한 ‘광년이’ 역을 희망했지만 미친 짓(?)을 제대로 해낼 자신이 없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올 것 같은 ‘기생’ 역으로 결정했다.

분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온갖 의상과 인형탈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때 ‘미희기생’이 들어왔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고운 미모에 놀랐다. 미희기생은 복장으로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며 여러 이야기로 긴장감을 없애줬다.

“보통 저고리의 고름은 왼쪽에 달려 있어요. 근데 기생 옷고름은 오른쪽에 있는데 왜인줄 알아요? 옷고름을 풀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라는 뜻이 담겨 있대요.”(미희기생)

옷을 갈아입고나자 ‘화공’이 메이크업을 해줬다. 화공은 민속촌 내에서 금손으로 유명한 인물. 흙바닥에 물병으로 귀여운 그림을 그려주며 어린이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캐릭터다. 속눈썹까지 붙이고, 기생의 화려한 모자인 전모까지 쓰고 나자 제법 그럴싸한 기생 분장이 완성됐다.

잠시 시간이 있어 이들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을까.
“저는 연기를 전공했고, 졸업한지 얼마 안 됐어요. 앞으로도 연기나 뮤지컬을 하고 싶은데 관련 경험을 쌓고 싶어 하게 됐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주위 동료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미희기생)

“요리를 전공했는데 좋아하던 일을 찾다가 이 일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화공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오셨는데 요새는 저를 알아봐주셔 뿌듯해요. 사진이나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간 걸 보면 신기해요.”(화공)

이야기를 나누며 이 어린 친구들이 화려해 보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청년으로서 많이 고민한 것이 느껴져 괜히 뭉클했다.

손 기자가 동료 캐릭터인 미희기생 등과 함께 기생선발대회 등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손 기자가 동료 캐릭터인 미희기생 등과 함께 기생선발대회 등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 ‘기생선발대회’ 막춤 추며 눈길 사로잡기 성공
<웰컴 투 조선>의 메인 이벤트는 주말에 하는 ‘사또의 생일잔치’다. 그러나 이날은 평일이라 사또의 생일잔치는 없었고 대신 ‘기생선발대회’가 있었다. 사또의 생일잔치에서 가무를 뽐낼 기생을 뽑는다는 콘셉트다. 논의 끝에 기자는 대회에 참가해 막춤을 추기로 했다. 미희기생이 자신이 먼저 시범을 보이니까 보고 따라하면 된다고 안심시켜줬다.

기자는 중전으로 간택받기 위해 궐 문을 들어서는 어린 소녀의 마음으로 기생선발대회가 펼쳐지는 관아로 향했다. 볼과 코를 빨갛게 칠한 ‘주정뱅이 이방’과 함께 관아로 가며 대화를 하면서 걷다보니 무더운 날씨 때문에 좀 힘든 게 아니다. 

내리쬐는 땡볕에 속치마, 겹치마 겹겹이 쌓인 옷이 답답했다. 등에 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 관아로 가는 길이 천 리 같았다. 그 와중에 수학여행 온 초등학생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자고 한다. “예뻐요!”라는 말에 흐뭇했지만 티내지 않고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다소 짓궃게 주정뱅이 이방을 놀리기도 했는데, 캐릭터와 일체가 된 이방의 대사 센스가 놀라웠다.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면서도 술 취한 듯한 말투, 이방다운 다소 점잖은 모습을 유지했다. 다다른 관아 앞,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오르는데 그만 내 치마를 내가 밟아버렸다.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나만 지켜보고 있는 상황, 넘어지면 망신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팔을 붕붕 저었다. 역시 프로였다. 이방이 잡아주며 “들어온지 얼마 안돼 아직 적응을 못하였구나”하고 재치 있게 상황을 넘겼다.

주정뱅이 이방과 미희기생은 행사 준비를 하며 오늘은 어떤 연출과 진행을 할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었다. 주정뱅이 이방 발 뒤꿈치에 고무신 모양대로 상처가 난 것이 보여 짠했다. 그 옆에서 나는 어떤 막춤을 출까 하며 떨었다. 오후 1시가 되자 드디어 기생선발대회의 막이 올랐다. 이방과 미희기생이 주고받는 말에 사람들의 웃음이 터졌다. 기자를 포함해 초등학생, 어린이, 대학생 등 4명이 만보기를 손목에 차고 막춤을 췄다. 신나게 흔들었으나 꼴찌를 기록,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여대생이 우승했다.

기방 내 정자로 이동해서도 방문객들의 사진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미희기생이 “손님들~ 평일이라 행사도 많이 없고 한데, 미희 노래 한곡 듣고 가는 건 어떠우?”라는 말을 시작으로 ‘쑥대머리’와 유행가요를 불렀다. 미희기생 역을 맡으며 노래연습을 엄청 했다더니 정말 잘 불렀다. 나도 옆에서 막춤을 추며 거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손 기자가 동료 캐릭터인 미희기생 등과 함께 기생선발대회 등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손 기자가 동료 캐릭터인 미희기생 등과 함께 기생선발대회 등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 즐거운 추억 만들어 주는 콘텐츠 마술사들
이후 미희기생을 일터로 돌려보내고, 다른 캐릭터들을 찾아다녔다. 큰주모가 나를 보자마자 “막내 기생이 왔다더니 그여?”하고 반겼다. 왕 의상을 입은 관광객의 다리를 잡고 “전하~ 저는 시계가 없사옵니다! 두고 가시옵소서!”라고 외치는 꽃거지를 본 소감은 한마디로 ‘대박’. 큰주모 역을 맡은 하효정씨는 디즈니랜드 캐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앳된 얼굴, 작은 체구의 하효정씨는 큰주모가 다른 캐릭터에 비해 특징이 적어 많은 연구를 했다고. 그는 “머리에 꽂고 있는 주걱, 말씨까지 하나하나 고민해야 했다”며 “연기력 뿐만 아니라 기획력, 콘텐츠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꽃거지 김정원씨도 마찬가지로 “지금 민속촌에서 조선 속 캐릭터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한 것 같다”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콘텐츠를 선보일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때 한국민속촌을 방문하고 처음 온 것이었다. 짧은 시간 둘러본 한국민속촌은 10여 년 전과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일단 인식부터 다르다. 어릴 때 민속촌은 옛날 집을 재현해놓은 방 안에 옛날 물건을 진열해놓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문 전 어떤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부터 됐다.

이같은 변화는 캐릭터를 맡은 청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과를 인정해 민속촌은 꽃거지를 비롯해 사또, 장사꾼, 화공, 이방 등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매시즌 바뀌는 캐릭터, 스토리, 공연 등을 민속촌과 함께 기획하고 있다.

김원영 한국민속촌 마케팅팀 대리는 “5년 전보다 60~70%이상 관람객 수가 늘었고, 이중 20~30대 관람객이 80%이상 증가한 것이 고무적이다”라며 “향후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설명했다.

여름을 맞아 웰컴투조선과 아주 다른, ‘시골외갓집의 여름’이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7080콘셉트로 중장년층은 반가움을, 청소년은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벌써부터 어떤 캐릭터와 신나게 놀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손 기자가 동료 캐릭터인 미희기생 등과 함께 기생선발대회 등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손 기자가 동료 캐릭터인 미희기생 등과 함께 기생선발대회 등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손의연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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