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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보료 수챗구멍부터 막는 게 우선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7년 08월 10일 21:00     발행일 2017년 08월 11일 금요일     제23면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국민이 있어선 안 된다. 병 치료에 재산을 탕진하는 국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국가가 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다. 9일 발표된 ‘문재인 케어’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ㆍ가족에게는 더 없는 희망의 메시지다. 당연히 ‘돈’이 논의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20조원이 쌓여 있다는 복지부 발표에 ‘그 뒤부터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걱정이 제기된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려 한다. 줄줄 새는 건보료를 막을 장치를 주문하려고 한다. 아주 간단하게 두 가지만 보자. 의료 행위 입장에서 발생하는 누수-과잉 진료ㆍ부정수급-와 진료 환자 입장에서 발생하는 누수-과잉 입원ㆍ의료 쇼핑-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자료가 있다. 의료기관 재정 누수에 관한 통계인데 한 마디로 기가 막히다. 의사 명의를 빌려 개설한 사무장 병원들이 5년간 챙긴 부당 진료비가 8천119억원이다. 2009년에는 3억4천700만원이었는데, 2014년에는 3천403억원으로 늘었다. 980배가 늘었다. 노숙인을 환자로 둔갑시키기도 했고, 아예 허위 진료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직장인들이 낸 피 같은 돈이 이들에겐 언제든지 빼먹어도 될 곶감인 셈이다.
어제오늘, 인터넷에는 ‘병원 알아보자’는 댓글이 유독 많다. 의료 쇼핑을 예견케 하는 반응이다. 가까운 과거의 실례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6세 미만 아동의 본인 부담을 20%에서 0%로 바꿨다. 그러자 바로 그 해 건보 공단에서 지급된 아동 입원비가 40%나 폭증했다. 2년 뒤인 2008년 정부는 부담금을 0%에서 10%로 다시 올렸다. 검증 장치 없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어떤 현상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 아주 가까운 과거의 기록이다.
도덕적 해이에 따른 폐해는 또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A씨는 최근 3년간 1년에 한 번꼴로 대학 병원을 찾았다. 매번 MRI, CT 등의 고가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병원 측이 내리는 진단은 3년 내내 ‘특별한 이상이 없다’였다. A씨가 퇴원하며 낸 돈은 3천500원이었다. 일반 직장인이 같은 조건에서 낼 돈은 35만원이다. A씨가 35만원의 돈을 내야 했다면 매년 병원에 들러 MRI, CT 촬영을 했겠는가. 특별한 이상도 없다는데. 의료 쇼핑이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틀림없이 ‘대책을 세우겠다’고 답할 것이다. 의료 기관에 대한 단속 강화와 도덕적 해이에 대해 계도해 나갈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금까지도 감독하고 계도했지만 다 실패했다. ‘부정수급 980배 증가’라는 수치가 증거 아닌가. ‘문재인 케어’는 보장성 강화를 위한 획기적 선언이다. 그렇다면 ‘수챗구멍’을 막기 위한 획기적 방안도 함께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부담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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