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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해고동의서’ 전하는 경비원

수원 한 아파트 경비원 감축계획
찬반안내문 직접 전달해야할 판

김승수 기자 wa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7년 10월 12일 21:04     발행일 2017년 10월 13일 금요일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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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계가 달린 안내문을 직접 전달하라는 현실이 너무 잔인한 것 같습니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A씨(67)는 자식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아 한여름 뙤약볕 속에서도, 한겨울 살을 에는 강추위 속에서도 3년째 묵묵히 아파트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서 명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경비원 인원을 줄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내년만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하다. 

더욱이 관리사무소 측이 경비원 감축에 대한 찬반 동의 안내문을 경비원이 직접 전달해야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A씨는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다.

A씨는 “명절에도 쉬지 않고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갑자기 인원을 감축한다니 속상할 뿐”이라며 “게다가 우리 운명을 결정지을 찬반 투표 안내문을 우리 손으로 전달해야 된다니, 그동안 열심히 일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수원의 한 아파트가 경비원 감축을 주요 골자로 한 경비 근무 운영계획안을 정하면서, 관련 내용 및 찬반 투표 안내문을 경비원들이 직접 입주민들에게 전달토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커지고, 경비원들의 근무 태만에 대한 민원이 잇따르자 경비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경비 근무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13일부터 나흘간 안내문을 배포,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찬반 투표를 진행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총 1천992세대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는 32명의 경비원이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주민들에게 안내문을 배포하고, 수령 확인 등의 업무를 경비원에게 일임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경비원들이 자신들의 해고에 대한 찬반 투표 안내문 등을 자신의 손으로 입주민에 전달하는 촌극이 빚어진 것. 상황이 이렇자 경비원들은 물론 일부 입주민들도 관리사무소의 결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입주민 P씨(68ㆍ여)는 “경비원이 찾아와 안내문을 건네주면 서로 말은 하지 않더라도 굉장히 민망할 것 같다”면서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자존심이 되게 상하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안내문 등은 봉투에 밀봉된 채 각 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경비원들이 내용을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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