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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플러스] 주취감경

김종훈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1월 16일 19:30     발행일 2018년 01월 17일 수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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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감경(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가벼운 벌을 내리는 것)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형법 안에서 주취감경 제도의 자리를 찾아보도록 하자. 책임주의(책임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는 근대 형법을 구성하는 대원칙 중의 하나다. 여기서 책임이란 ‘위법한 행위에 대해 행위자를 개인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서, 그 행위자가 책임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을 전제한다. 책임능력이란 법규범에 따라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책임무능력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형사미성년자(14세 미만의 자)이다.

14세가 넘은 사람인 경우에도 책임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지능지수가 매우 낮거나 심각한 정신병을 앓는 경우(심신장애)다. 이들은 사물을 판단하고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능력이 결여돼 있어, 치료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처벌의 대상은 아니다. 형법 제10조가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라고 규정하는 이유이다.

주취감경은 이 부분에서 등장한다. 즉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자신이 범행 당시 술에 매우 취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형법 제10조 제1항 또는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학계와 판례는 주취의 정도가 심한 경우 형법 제10조가 적용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주취감형 폐지를 청원하는 분들은 ‘주취를 감형 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을 형법에 명문으로 규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하다. 술을 마셨다는 것이 언제나 통하는 변명처럼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주취감경 폐지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원칙에서 볼 때, 주취감경 폐지는 형법의 책임주의 원칙과 충돌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현재의 재판 실무에서 법원이 범행 당시 주취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인들의 항변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보인다. 덧붙이자면,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므로, 주취감경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주취감경 폐지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는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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