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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무너진 금도, 性

용서됐던 ‘시장님 섹스 비디오’
이제는 권력도 몰락시키는 흉기
책잡힐 후보라면 나서지 말아야

김종구 주필 kimjg@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3월 07일 21:04     발행일 2018년 03월 08일 목요일     제22면
‘시장님 섹스 비디오’. 십수년전으로 기억된다. 기자들 몇이 말하고 다녔다. 현직 시장과 관련된 스캔들이었다. 성관계 장면이 찍혔다고 알려졌다. 상대 여성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어지간히 협박도 해댔던 모양이다. 하지만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 쓰면 안 되는 걸로 여겼다. 선거는 치러졌고 A시장은 당선됐다. 시간이 흐르고 낮술 자리가 있었다. 거나해진 분위기에서 시장이 얘기했다. “섹스 비디오? 미친○이, 지랄한 거야” 물론 그 말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즈음 이런 일도 있었다. 편집국으로 전화가 왔다. 수원시 인계동 ○○모텔로 기자 좀 보내달라고 했다. 취재 기자와 사진 기자가 출동했다. 도착한 모텔 주차장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여성 도의원이었다. 전화한 남자의 차가 도의원의 차를 막고 있었다. 남자가 얘기했다. ‘이 의원님(도의원)이 나와 사귀는데 다른 남자와 또 바람을 폈다.’ 보도 여부를 두고 회의가 열렸다. 취재 기자가 말했다.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그 기사도 사라졌다.
그땐 그게 금도(襟度)였다. 성(性)은 기사 소재가 아니었다. ‘허리 아랫도리 얘기’라며 버렸다. 어쩌다 기사를 가져오는 신참 기자들도 있긴 했다. 십중팔구는 이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야, 너 ○○○서울 기자야?” ‘시장님 섹스 비디오’는 그래서 보도되지 않았다. 시장이 되레 ‘미친○’이라며 큰소릴 쳤다. ‘도의원 모텔 사건’도 그래서 몰고(沒稿)됐다. 도의원은 지금까지도 당당해한다. 요 며칠 잣대로 보면 어떨까. 편집국장이 탄핵되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1980년. 김재규의 최후 진술에 이런 부분이 있다. “각하를 위한 (여성이 참석하는) 소연회가 많았고…” 군법 재판부가 말린다. “어이 피고, 사건 관련 얘기만 하세요.” 그땐 그랬다. 권력의 ‘성’은 묵인해줘야 할 일상이었다. 그게 지금 달라진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무너졌다. 여직원과 성관계를 맺었다 해서다. 막강한 미래 권력이었는데 추락했다. 몰락까지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억울하다고도 못한다. 이해하자는 이도 없다. 그냥 참담하게 사라져 갔다.
다음 마당은 어디일까. 짐작이 어렵지 않다. 지방선거다. 16대 총선은 ‘낙선 운동’이 지배했고, 17대 총선은 ‘탄핵’이 지배했다. 그랬듯이 6ㆍ13 선거는 ‘성’의 지배를 받을 걸로 보인다. 술자리에선 이미 뜨겁다. ‘비서 스캔들’ ‘연예인 스캔들’ ‘직원 스캔들’ ‘선거 운동원 스캔들’…. 조만간 수면에 오를 기세다. 사즉생의 선거판이 그런 데다. 여기에 언론의 아량도 없어졌다. 오히려 구미 당기는 취재거리가 됐다. ‘폭로-보도-파문-사퇴’의 공식이 훤히 보인다.
자신들 있을까. 자신 없으면 사퇴해야 할 텐데. 2008년 총선 땐 이랬다. 처음으로 모든 전과가 공개됐다. ‘금고 미만’의 전력까지 공개해야 했다. 많은 후보가 갑자기 사라졌다. 언론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전과 전면 공개 부담 출마 포기 속출-부인ㆍ자식도 모르던 전과 공개 공포’. 현명한 판단이었다. 선거란 게 결과를 모르는 도박이다. 그 불확실성에 가정을 거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전과’를 ‘성 스캔들’로 바꾸고 보면 지금이 그때와 똑같다.
운동선수들이 말한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말한다. ‘금도는 무너지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무너질 금도는 ‘성’이 아닌가 싶다. 갑자기 35년 전 책을 폈다. 1983년판 형법 각론-진계호著-이다.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상대방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케 할 정도의 폭행ㆍ협박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사법시험용 책인데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그 논리로 해명한 게 안희정 지사다. ‘합의했다’. 어찌 됐나. 더 처참해졌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바뀐 세상은 따라야 한다. ‘그 시장’이 지금 없고, ‘그 도의원’이 지금 없는게 참으로 다행이다. 이제 우리 정치판에 ‘성’에 책잡힌-또는 책잡힐- 후보가 기웃거릴 마당은 없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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