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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잦은 자동차번호판 교체, 근시안적 행정이 문제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3월 13일 20:57     발행일 2018년 03월 14일 수요일     제23면
자동차 번호판 체계가 내년 상반기부터 바뀐다. 새로 발급할 수 있는 번호가 고갈돼 바꾼다는 것이다. 새 번호판은 앞 숫자 한자리를 추가하는 방안이나 숫자는 그대로 두고 중간에 들어가는 한글에 받침을 넣는 방안, 두 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번호가 ‘11가 1234’라면 ‘111가 1234’나 ‘11각 1234’ 중 하나로 바뀌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25일까지 새 번호판 개선안 마련을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현행 자동차 번호 체계는 ‘2자리 숫자+한글+4자리 숫자’로 이뤄져 있어 총 2천200만개의 번호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증가로 신규 발급이 가능한 번호가 모두 소진돼 차량말소 등으로 회수된 번호를 내주는 실정이다. 매년 차량 80만대 정도가 새로 등록되는 것을 고려하면 약 4천만개의 번호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현행 번호에서 숫자 1자리를 맨 앞에 추가하는 경우, 약 2억개의 번호를 확보할 수 있어 용량이 충분하다. 주차·단속 카메라의 판독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숫자가 추가되면서 숫자 간격이 좁아져 번호판 글자 크기나 간격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이 체계를 적용하면 국가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공공부문에서만 4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한글 받침을 추가하는 경우 ‘ㄱ’, ‘ㄴ’, ‘ㅇ’ 등 3개만 받침으로 추가해도 6천600만개의 번호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번호 체계는 한글에 대한 주차·단속 카메라의 판독성이 떨어져 카메라 교체에만 약 7백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동차 번호판 개선안에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재 번호판 체계를 사용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변경하느냐. 그 돈은 어디서 나오냐’ ‘개인한테 비용을 부담시킬 거면 반대다’ ‘지금 차량을 다 바꾸려면 예산낭비, 시간낭비다. 신규등록차량부터 바꿔라’ 등의 부정적 의견이 상당수다.
녹색 바탕에 지역명과 일련번호를 함께 넣던 이전 자동차 번호판은 2004년 정부가 지역 감정을 완화한다면서 ‘전국 단일 번호판 체계’를 도입했다. 2006년에는 번호판 바탕을 녹색에서 흰색으로 바꾸고 번호를 일렬로 배열한 유럽식 번호판으로 교체했다.
이번 교체는 2000년대 들어서만 세 번째다. 차량 증가 예측을 제대로 못해 10년 만에 번호판을 또 교체하는 것은 정책 실패다. 잦은 교체로 국민 불편과 혼란, 정부의 예산 낭비와 민간의 비용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행정이 낳은 결과다. 정부는 시민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불편 최소화 방안을 고려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안일한 자세가 혈세를 축내고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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