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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한일 역사 갈등에 우방국들의 시각은?

서형원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3월 13일 21:48     발행일 2018년 03월 14일 수요일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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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이웃나라 관계 가운데 한일관계처럼 역사 갈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전선이 국제사회로 확대되고 있는 양국관계는 없다. 매년 봄이면 한일 간 역사 갈등의 1년 주기가 시작된다. 4월 초 일본에서 교과서 검정결과, 6월 전후 일본의 외교백서와 방위백서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 정부나 언론은 일본의 역사왜곡을 날선 눈으로 검증하고 반박한다. 

일본의 춘계 대제사, 8ㆍ15 종전기념일과 추계 대제사 때마다 일본의 총리나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우리의 대응을 자극한다. 겨울의 끝 2월이면 일본 시마네현의 소위 ‘다케시마의 날’ 행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리고 봄부터 또다시 같은 패턴으로 갈등이 반복된다. 위안부, 독도, 동해 명칭,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 등이 한일 양국 간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사안들이다.

매년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때 당시의 양국 내 정치상황, 특정사안에 대한 정치인들의 언동, 양국 정부의 태도나 여론의 반응에 따라서는 갈등의 진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곤 했다. 이렇게 역사 갈등이 반복ㆍ지속되는 과정에서 어느 때부턴가 한일 간 싸움의 전선이 국제사회로까지 확대됐다.

특정사안에 대해 한일 양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부각되고 감정이 고조되면, 우리 정부나 민간단체는 관련 국제기구나 국가들을 상대로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고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치열하게 요청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래서 세계 곳곳에서 한일 양국의 지지확보 경쟁이 전개되곤 한다.

필자도 현직 근무 중 주재하는 국가의 정부나 언론 인사들을 접촉하며 한일 역사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주재국 인사들은 한국이 처했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와 동정을 표하면서도, 대체로 한국과 일본이 모두 자신들의 중요한 우방국인 만큼 어느 쪽을 공개 지지하기 어려운 사정임을 토로하고 한일 양자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우리 외교관들에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주재국 인사를 접촉한 일본 외교관들도 비슷한 반응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최근 어느 포럼에서 미국의 전직 외교관 출신 한일관계 전문가로부터 ‘미국인의 관점에서 본 한일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역사문제와 관련, 미국인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해 처음 접했을 때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인의 마음에 동정적이었으며 일본정부의 태도에는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외교전이 오래 지속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왜 미국에 와서 역사전쟁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미국에서 계속되는 한국인들의 호소가 얼마나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갖게 되고, 위안부 문제 관련한 일본의 반대 캠페인은 일본의 이미지에 역효과가 날 뿐이라고 했다.

나아가 미국인들에게 과거도 중요하지만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압도적이라고 하면서, 미국의 동맹인 한일 양국의 관계에서 역사문제가 지역안보 등 현재와 미래의 문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이러한 기대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일 양국의 우방국들에 대체로 공통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우방국들의 바람과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경색돼온 한일관계가 획기적으로 풀리기를 희망해 본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 대사·순천청암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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