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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봄이 오는 길목을 지나며

이세봉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4월 17일 20:49     발행일 2018년 04월 18일 수요일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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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을 지나며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에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유난히 추었던 긴 겨울도 지나가고 천지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위의 시는 이혜인님의 ‘봄이 오는 길목에서’의 일부이다.

봄이 되면 꽃이 피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했는데 식물이 봄이 오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온도를 감지하는 능력인데 개화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히스톤 단백질과 결합되어 겨울 동안에는 유전자와 엉겨 붙어서 개화 기능을 막고 있다가 기온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단백질이 풀어지면서 개화 유전자가 자기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봄에 피는 꽃들은 기온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면서 동시에 낮의 길이도 길어져야 꽃을 피우는데, 이 말은 낮이 12시간 이하인 계절이 지나는 경험을 한 후 즉 일정한 시간 이상 ‘암흑’이 지속된 후에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꽃을 피우려면 오랜 기간 추위를 제대로 견뎌야 한다. 겨울에 방 안에 들여 놓은 화분은 봄이 되어도 꽃피울 생각을 하지 않으나 발코니에 방치해 놓은 화분이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로 춥고 어두운 겨울 같은 시간을 보낸 인생이 아름다운 꽃과 같은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 같은 이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봄에 일찍 피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은 공통점이 있다. 꽃들이 자잘하다는 것이다. 함께 펴야 멀리서도 잘 보이고 크고 화려한 꽃들이 피기 전에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지어 핀다. 그래야 벌들이 찾아와 종의 보전을 도와준다.

어떤 인생은 장미요, 다알리아요 글라디올러스다. 그 하나하나로 가치가 있고 빛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에는 무리지어 피는 개나리나 진달래 같은 삶도 있다. 평범하고 뛰어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무리지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돋보이는 사람들이 박수를 받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인생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까? 이 봄에 자연에서 배우자. 꽃이 피는 것을 보면서 잊지 말자. 꽃이 피기 위해 긴 어둠의 시간이 필요하고 적절한 온도와 일정한 양의 햇빛이 필요한 것을 개화 유전자가 아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개화 호르몬이 있어 인생의 겨울이 지나고 개화의 환경이 되었을 때 찬란하게 꽃을 피우는 날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구약성경 전도서 3장 1절, 11절

이세봉 목사·한국소년보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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