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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실수

김종구 주필 kimjg@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6월 19일 20:47     발행일 2018년 06월 20일 수요일     제23면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자책골이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나왔다. 콜롬비아 수비수 에스코바르가 주인공이다. 홈팀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기 골문에 공을 넣었다. 이 골로 콜롬비아는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한 달여 뒤 에스코바르가 숨졌다. 자신의 고향 술집에서 피살됐다. 월드컵 전 펠레는 콜롬비아의 우승을 점쳤다. 혹자는 펠레가 에스코바르를 죽였다고도 했다. ‘펠레의 저주’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1997년 9월. 일본 도쿄에서 한일전이 벌어졌다. 프랑스 월드컵 진출을 위한 중요한 일전이었다. 후반 20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고정운이 볼을 잡았다. 마땅히 패스할 곳이 없자 우리 골문 쪽을 향했다. 이때 일본 선수 야마구치가 달려들었고 고정운은 볼을 빼앗겼다. 골키퍼 김병지의 머리를 넘기며 실점으로 연결됐다. ‘원조 역주행’ ‘J 리그 때문에 고의로 뺏겼다’는 비난이 그를 향했다. ‘적토마’라 불리던 고정운은 그때부터 몰락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이 나이지리아와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2대1로 앞서 있던 후반에 김남일이 투입됐다. 문전 근처에서 볼을 잡은 김남일이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했다. 머뭇거리다가 공을 빼앗기자 상대 선수의 다리를 걷어찼다. 페널티킥. 결국, 2대2로 비겼다. 이후 김남일은 귀국하지 않고 러시아로 갔다. 아나운서였던 부인은 악플에 시달렸고 방송에서 사라졌다. ‘진공청소기’로 불리던 김남일도 그렇게 몰락했다. ▶18일 스웨덴과의 경기에 김민우가 교체 출전했다. 주전 박주호의 부상 때문에 이뤄진 긴급처방이었다. 김민우는 전후방을 오가며 열심히 뛰었다. 사달은 후반 17분에 일어났다. 김민우가 상대 미드필더 빅토르 클라에손에 슬라이드 태클을 가했다. 스웨덴 관중의 엄청난 야유가 이어졌다. 비디오 판독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 한 골로 한국은 패했다. 어쩌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희망을 빼앗아간 결정적 실수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상황 속에서 목격된 아름다운 장면이 있다. 고개 숙인 김민우를 주장 기성용이 끌어안았다. 손흥민도 다가가 얼굴을 감싸주며 위로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민우가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동료들이 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손흥민은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고 했고, 기성용은 “페널티킥은 충분히 축구 경기서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나머지 경기에서 더 잘했으면 좋겠다. 김민우 실수가 대표팀 선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축구는 한 명이 아니라 열한 명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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