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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나를 찾아서

일면 스님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6월 20일 20:43     발행일 2018년 06월 21일 목요일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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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전 맞은편으로 펼쳐진 산등성이 짙은 녹음에서 평화와 안락의 기운이 느껴진다. 불볕더위에 잎새들이 더 새파랗게 보이는 색채의 대비가 선명한 것처럼 바야흐로 한반도가 평화의 계절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순간, 한 마디 말실수로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역사적 사건이 연상된다고 하면 너무 나간 걸까.

산사도 계절이 바뀌느라 스산하다. 계절의 바뀜을 이 곳에서는 곤충이나 새들의 지저귐으로 알 수 있고, 도심의 빌딩숲 속에서는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식별할 수가 있다. 회색빛 고층 빌딩 사이 대로변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획일화된 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30층, 40층짜리 건물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대도시에는 100층을 훌쩍 넘는 초고층 빌딩도 그리 어색하지 않게 자리하고 있다.

환경만 그런 게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업무에 대해 피로해 하며 정서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적인 여유마저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다. 공공장소 어느 곳을 가든 시끄러운 음악 소리나 자동차 소리, 밤새 눈부신 빛 조명에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생활 속 공해의 심각성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최근 들어 사찰 경내에서도 무엇에 쫓기듯 안절부절 불안해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가 있다. 그들은 내면의 고요함을 찾아 산에 올랐으면서도 혼잡스러움과 소음에 노출되어 자연 그대로의 고요를 감내하지 못하고 연신 스마트폰을 통해 눈과 귀를 현혹시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우리 청소년들은 틀에 박힌 교육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공부를 잘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가르치는 교육, 어떤 틀을 만들어 놓고 무한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획일화된 인간으로 만드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우리 모든 사람들은 개성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교육은 멈춰야 한다.

몇 주 뒤면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직장인들은 휴가를 떠나게 될 것이다. 방학이나 휴가를 그저 휴식을 취하는 시기나 환경의 변화로만 받아들여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규제 속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의 생활을 돌아보고,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한 이정표가 되어야만 한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어느 곳으로 가고 있는가,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로 변해가고 있는데 변하지 않는 주제는 과연 무엇인가 등 이런 물음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나’를 찾아나서는 방학을 맞았으면 한다.

몇 해 전 유난히 무덥던 여름 방학 무렵, 20대 젊은이를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에서 만났다. 그들은 이직을 앞두고 인생 경로를 새롭게 다지기 위해 봉정암으로 간다고 했다. 젊은 친구들이 구상하는 미래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나 인생의 중대기로에 서서 산을 오르는 것 하나만으로도 밝은 인생이 열릴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여름휴가가 끝날 무렵 우리는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실개천을 따라 들어선 허름한 집들의 작고 조용한 마을 풍경은 마음의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다시 이러한 자연에 안겨서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세대가 안타까워진다. 나를 찾아 흔들림 없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때 도심의 소음이나 일상의 스트레스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중심을 지킬 수 있어야 ‘참 나’를 찾는 우리가 될 수 있다. 모든 생명체에 대한 진정한 사랑, 이것이 ‘참 나’를 찾는 길이다. 그래서 사홍서원(四弘誓願, 보살행의 목표)의 첫 번째가 바로 중생을 모두 제도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중생이 끝없지만 기어이 건지오리다.
번뇌가 다함없지만 기어이 끊으오리다.
법문이 한량없지만 기어이 배우오리다.
불도가 위없지만 기어이 이루오리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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