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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한반도 평화체제와 러시아

이시형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6월 26일 21:34     발행일 2018년 06월 27일 수요일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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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1주일 만에 워싱턴과 모스크바에서 잇따라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비판적이거나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러시아에서는 상황이 과거로 회귀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기대를 보이는 시각이 많았다.

스스로를 주류라고 일컫는 미국인들 가운데 다수는 지지 정당에 관계없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비판적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서로 책상 위 핵 단추 크기를 자랑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 앉아 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최소한 한반도 위기상황이 크게 완화되었다는 사실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가시적 성과에 대하여는 비판적이다.

과거 6자회담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김정은은 비핵화의 정의, 구체적 범위, 일정 등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사실 자체로서 정상국가로 공인받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 협의 없이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였다고 비판한다.

20여 년간 북한 핵 문제를 다루어온 미국의 외교관들이나 그 경과를 지켜본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신뢰가 거의 소진된 상태란 점을 감안하면 무리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최악의 인권국가인 북한의 독재자가 헌법에 명기하며 생존을 걸고 준비해 온 핵무기 계획을 완성선언 직후 포기한다는 말을 그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제안을 수락한 지 3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는 역사적 성공이라고 자랑하는 무모한 자국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불안감이 비판적 시각의 기저에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의 성패는 오로지 북한의 의지와 행동에 달렸다. 북한이 과거 악순환의 역사와 단절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조속히 실행하는 것만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를 그저 바라보며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합의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후속협상을 통해 합의를 신속히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현재의 평화정착 과정을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비핵화한 한반도를 위한 절차를 돌이킬 수 없도록 하는 제도화 과정에는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참여와 기여가 필수적이다.

불과 수개월 만에 대북한 정책 방향을 180도 선회한 전력의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협상을 둘러싼 북한의 태도에 따라 급작스레 과거 정책으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후임 대통령이 북한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반면 젊고 임기에 제약도 없는 김정은 위원장은 수십 년에 걸친 장기협상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시계에 맞추어 이행 속도를 조절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과정을 다자화할 경우 이러한 위험요인을 상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 참여는 첫째 불안정한 북·미간 양자 비핵화 협상 성과를 돌이킬 수 없도록 잠가주고, 둘째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의 촉매 역할을 강화하며, 셋째 장기적으로 6자회담 기반의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러시아 국빈방문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더 단단하게 다져가려면 러시아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前 주OECD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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