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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쉼

강종권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7월 04일 20:40     발행일 2018년 07월 05일 목요일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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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저녁노을이 내려앉던 어느 봄날 퇴근길에 “저녁은 하루를 수고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FM 음악방송 진행자의 오프닝 멘트가 들려왔다. 오전 오후의 강의로 피곤한데다 밀려드는 퇴근 차량으로 짜증나던 도로를 막 빠져나올 찰나에 도심의 노을에 어울린 이 멘트가 얼마나 감동이었던지 이후로도 혹시 그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귀 기울이게 하는 매력이 되었다.

‘쉼’이란 휴식(休息)이다. 숨 고르는 시간이고, 재충전의 기회다. 그래서 모든 일에는 쉼이 필요하다. 세상에 쉼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심지어 노래 부르는 사람도 더 나은 음악의 효과를 위해 악보에 표시된 쉼표를 잘 활용해 짧은 숨을 쉬어야 할 정도다. 그래서 쉼은 삶을 보다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하는 필수 요건이라 하겠다.

성경은 창조주 신이 엿새 동안 세상을 만들고 이레째 되는 날 안식(安息)하셨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날은 신의 날이기 때문에 사람들도 반드시 쉬라고 하셨다. 일주일의 묘미가 바로 신이 특별히 정하신 그 날의 쉼에 있다. 그래서 쉼은 신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고 특권이다. 또한 성경은 일주일만의 쉼뿐만 아니라 칠년의 안식년과 그 칠년이 일곱 번 반복된 후의 해를 희년(禧年)이라고 정해 놓았다.

사람만 쉴 것이 아니라 사람(아담)의 근원인 땅(아다마)도 쉬게 하고, 사람에 의해 구속되었던 모든 것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하신 것이다. 그래서 쉼은 경사(慶事)이며. 수고하지 않은 자는 결코 누릴 수 없는 희열(喜悅)의 기쁨이며 신의 선물이다. 예수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28)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태복음 11:29-30) 하셨다. 

온유와 겸손의 멍에를 메고 수고한 사람에게 쉽고 가벼운 쉼을 주시겠다는 것이다. 전문직 목수였던 예수가 보장하시는 평안의 선물이다. 게으름으로 허송세월하는 자는 누릴 수 없고 미련하게 일만 하는 사람은 결코 맛볼 수 없는 선물이다. 그러니 “노동은 매일을 풍부하게 하며, 쉼은 피곤한 날을 더욱 값있게 할 뿐만 아니라 노동 뒤의 쉼은 높은 환희 속에 감사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던 프랑스 시인 샤를 보를레르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쉼이 없는 인생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고 했다. 쉼을 모르는 위험한 인생에 대한 경고다. 그러므로 열심히 일하고 적절히 쉬는 것은 위험 인자(因子)를 최소화하고 신이 보장한 더 나은 축복의 미래를 누릴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7, 8월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여느 해보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로 삶의 현장에서 지쳐 있을 모든 분들에게 FM 음악 진행자의 오프닝 멘트처럼 “휴가는 일 년 동안 수고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는 소리가 메아리 되어 전해졌으면 좋겠다.

강종권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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