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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2014년과 2018년의 ‘전원 구조’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7월 11일 20:48     발행일 2018년 07월 12일 목요일     제7면
“동굴에서 애들 구출하려면 비가 좀 멎어야 할 텐데 하늘이 돕지도 않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어떻겠어. 코치도 어리다는데 짠하다”….

지난 주말, 하릴없이 찾은 미용실에서 삼삼오오 ‘동굴’ 얘기가 오갔다. TV에는 ‘태국 동굴 소년들의 생사 여부’가 주요 뉴스로 나왔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제야 이 사건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지난달 23일 태국의 한 유소년 축구팀 소년 12명과 코치 1명이 훈련을 마치고 관광차 치앙라이주 동굴을 찾았다가 폭우로 동굴 속에 갇히게 됐다. 이들은 가방 속 간식을 나눠 먹고, 동굴에 흐르는 빗물을 마시며 장장 17일을 견디다 지난 10일 극적으로 구조됐다.

달리 말하면, 나는 태국의 한 동굴에 13명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무려 2주가 넘어서야 알았다. 아무리 태국에 연고가 없다지만 세상물정에 너무 눈을 감은 듯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 그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그를 쉽사리 믿긴 어려웠다. 2014년 4월16일의 ‘전적’이 떠올라서다.

‘그 날’ 바다에선 제주도를 향하던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곧이어 탑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속보가 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세월호를 가장 먼저 탈출한 사람은 속옷 차림의 이준석 선장, 그리고 1ㆍ2등 황해사, 기관장 등 선원이었다. 동굴 안에서 굶주린 채 소년들을 다독이던 엑까뽄 코치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코치는 소년 12명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주고, 동굴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도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는 편지를 남기며 주춧돌 역할을 해냈다. 만약 ‘그 날’ 세월호 선원들이 엑까뽄 코치처럼 행동했더라면 ‘전원 구조’ 소식에 의심부터 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태국 동굴 소년 구출 소식에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전원 구조돼 정말 다행이다. 애타게 기다렸을 부모의 마음, 얼마나 기뻤을지 그 마음 알고도 남는다”며 “구하겠다는 노력과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글을 남겨 가슴 한켠을 시리게 했다. 4년 전 전원 구조와 오늘날의 전원 구조를 보면서 앞으로는 ‘전원 구조’ 소식을 마냥 신뢰하고 축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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