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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인천] 연명치료와 안락사 사이의 딜레마

정희남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7월 11일 20:46     발행일 2018년 07월 12일 목요일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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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는 매년 ‘장례 엑스포’가 열린다. 올해 열린 장례 엑스포에는 ‘안락사 캡슐’이라고 하는 사코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코라는 기계는 호주의안락사활동가인 필립니슈케박사와네덜란드의 디자이너 알렉산더바닝크가3D프린터로만든 기계로, 캡슐 안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2년 전 영국의 한 전직 간호사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20년간 노인들을 돌보면서, 노인이 돼 병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서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스위스로 가게 됐다.
그 곳에 가기 며칠 전 가족들과 임종 파티를 하면서 본인의 의지로 죽음을 맞는 아내를 남편이 축복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모 대학 간호학과 교수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는 우리사회에서 연명치료 중단 및 의향이 법제화된 것이 의학계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죽음이 임박한 말기환자가 의료기구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그는 연명치료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웰다잉 법)’이 국회를 통과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우리사회에서도 안락사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있을 것이고 법 제정으로 안락사가 추진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안락사는 2002년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허용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벨기에·룩셈부르크·스위스·콜롬비아·캐나다 등 6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5개 주정부에서 허용하고 있는데, 북유럽 선진국가를 중심으로 안락사를 허용되는 국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근래에는 노인 인권에 대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다보면, 안락사에 대한 인식이 점점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2년 전 사랑하는 아버지를 췌장암으로 하늘나라로 보내 드리면서 시간이 갈수록 밤마다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차라리 그 아픔을 내가 대신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렇게 고통을 호소하시면서, 하나님께서 하루라도 빨리 호흡을 거두어 가셨으면 하는 바람의 슬픈 얘기를 하셨을 때는, 지켜보는 자식으로서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마음이 지금도 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다만 건강하면서도 물질적인 여유와 풍요 속에서 말이다. 그래서 지역사회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대학 등에서 다양한 웰다잉 프로그램을 통해 마지막 노후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를 고민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웰다잉 프로그램으로 보기에는 부끄럽고 미약한 수준이다.

또 우리사회 노인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OECD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속에서 복지 선진국들은 행복한 노후의 마무리 차원의 웰다잉를 위해 안락사를 얘기할 때, 우리사회 노인들은 기본적인 생계를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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