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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속이 능사가 아니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7월 11일 20:46     발행일 2018년 07월 12일 목요일     제23면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패악질도 이제 종점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딸과 엄마의 검찰 소환에 이어 조양호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현행 검경의 영장청구는 일종의 면피성 과정임을 느낀다.
이명희 씨는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갑질 폭행 혐의에 이어 외국인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죄질 역시 구속수사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현민 씨의 경우는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아예 검찰이 기각했다. 잇단 기각 사태를 놓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였다고 말한다. 검경이 국민 여론을 신경쓰다 보니, 일단 청구하고 법원에서 기각되면 책임은 판사로 넘어가니 욕먹을 일이 없다. 검경도 법률 전문가들이다. 기각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사회적 관심 사건의 경우, 검경은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구속만 되면 상황 끝이라고 생각한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나오든 법원에서 무죄가 되던 관심이 별로 없다. 이러다 보니 검경 단계에서 영장이 청구되지 않도록 고액의 변호사가 동원되고 온갖 법조 브로커가 생긴다. 이게 오늘의 현실이다.
아무리 검경수사권 조정을 한다고 한들 국민의 인권보장과 인신구속의 남용이 근절되지 않는 한 공염불이다. 문 대통령 회심의 역작인 검경수사권 조정도 국민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양 기관의 권한이동처럼 보인다.
조양호 일가 패악질의 핵심은 다시는 그들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다. 땅콩 회항 조현아 씨가 몇 개월 감옥에 있다 다시 회사의 임원을 맡는 일이 반복되는 한 구속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6년까지 매년 약 14만 명 정도가 수사와 재판을 받기 위해 구속됐다. 그 후 줄기 시작해 2010년은 3만 명, 2017년에는 1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가 20년 가까이 운영돼 불구속 재판 원칙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제 구속이란 제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일본이 꼭 잘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일본의 영장기각률은 0.07%다. 영장을 청구하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함부로 올리지도 않지만 일단 영장을 청구하면 확실하게 나온다. 그만큼 수사에 자신 있다는 소리다.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2012년부터 5년간 평균 23.2%다. 서울서부지검은 30.1%나 된다.
구속의 요건은 명확한 만큼 검경은 영장청구와 발부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국민이 분노와 법 감정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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