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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날마다 휴가 가는 방법

일면 스님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7월 18일 21:13     발행일 2018년 07월 19일 목요일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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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더위가 기승이다.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1994년 여름 폭염을 갱신할지 모른다고 한다. 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해외로 떠난다. 익숙한 집을 떠나 낯선 곳을 찾아가니 여행이고, 번잡한 일상에서 탈피해서 몸과 마음을 쉬니 ‘휴식’이며, 더위를 피해 떠나는 것이니 피서(避暑)다. 명칭이 무엇이든 즐거운 시간이다.

휴식을 갈망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힘들고 괴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괴로운 원인을 두고 잠시 잊거나 피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 온갖 짜증이 밀려오고 화가 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야단치는 직장 상사, 깐죽거리는 동료,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 집이라고 해서 편하지 않다. 

늘 돈이 부족하다며 짜증내는 아내, 같이 돈 버는데 집안 일은 손도 되지 않는 남편. 불만은 끝이 없다. 휴식은 괴롭고 힘든 일상에서 탈피이지만 잠시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없이 꿈꾼다. 로또가 당첨되거나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이 남긴 유산이 굴러들어와 벼락부자가 되어 호기롭게 떠나는 날을…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설령 온다 해도 또 다른 괴로움이 기다린다. 절대 변하지 않을 현실을 늘 불평하고 괴로워하며 살 것인가? 현실을 받아들이되 괴로움에서 벗어날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 그것도 아주 쉽다. 매일 평안하고 휴가 같은 날을 보내는 길이 있다. 중국의 무문 선사가 그 길을 시(詩)로 읊었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달이 뜨고 (春有百花秋有月)/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불고 겨울에는 눈 내리네.(夏有凉風冬有雪)/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若無閑事掛心頭)/이것이 바로 좋은 시절이라네(便是人間好時節)”

봄에는 꽃피고 새 울며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절대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부대끼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죽을 듯이 좋아하다가 죽일 듯이 싸우는 등 희노애락 속에 살다 간다. 어느 인간도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인간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위에 몸을 실었다. 다음 항구 까지가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다. 배에서 뛰어 내릴 수 없다면 그 속에서 잘사는 법을 익히는 수 밖에 없다. 무문선사가 말한 것처럼 ‘쓸 데 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좋은 시절’ 즉 ‘날마다 좋은 날’이다. 

‘쓸 데 없는 생각’이 무엇인가? 계율을 잘 지키는 어느 율사가 ‘대주선사’를 찾아와 “선사님도 도를 닦을 때 공력을 드리십니까?” 하고 묻자 대주선사는 그렇다며 나는 “배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잠 잔다”고 했다. 율사가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재차 묻자 대주선사가 이렇게 일갈했다. “그들은 밥 먹을 때 밥만 먹지 않고 온갖 삿된 것을 따지며 잠 잘 때도 잠만 자지 않고 꿈속에서 온갖 삿된 생각을 일으킨다.” 일할 때 오직 일만 생각하고 즐겁게 임하면 그것이 즐거움이다.

밥 먹을 때는 밥 열심히 먹고, 일할 때 딴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그 것이 잘사는 방법이다. 따로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다른 좋은 특효약이 있는 줄 알고 찾는데 헛 수고다. 자신이 살아가는 괴롭다는 그 일상에 즐거움과 희망이 있지 달리 없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직 있는 것은 현재다. 지금 이 순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즐겁게 임하면 날마다 좋은 날이요, 날마다 좋은 날이니 어디를 떠나 쉴 것도, 피할 것도 없다. 이 쉬운 이치를 어린 아이들은 저절로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생각이 많아지는 어른들이 가장 못한다.

그래도 날마다 휴식 같은 날을 보낼 좋은 방법 하나 알고 싶다면 특별히 일러준다. ‘먹고 마시는 일에 절제하라.’ 인류의 보배 <법구경>에 적힌 말이다.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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