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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7월 24일 20:43     발행일 2018년 07월 25일 수요일     제23면
해병대 ‘마린온’ 헬기 순직 장병 영결식을 보면서 새삼 죽음의 의미가 떠오른다. 1계급 진급이니 현충원 안장이니 위령탑 건립이니 하는 것 모두가 부질없어 보인다. 베테랑 간부 군인과 청춘에 죽은 우리 자식들만 불쌍하고 애통할 뿐이다.
사고 당시 장면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회전날개가 통째로 분리되는 충격적 영상은 온 국민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숯덩이처럼 타버린 남편과 아들을 보며 오열하던 유족들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이제는 다시 못 볼 그들의 얼굴은 가족과 친지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늘 그랬듯이 합동조사위원회 구성→사고원인 규명→재발 방지대책 강구→망각의 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사고 하루 뒤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헬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사람이다. 애도하고 위로하는 것이 먼저야 했다. 말만 하면 헛소리만 하는 국방장관은 유족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 난 것’이라고 망언을 했다.
대통령은 순직 3일째 ‘희생당한 분들과 그 유족들께 깊은 애도를 드린다’고 언급했다. 유족들은 ‘어떻게 세월호 때와 이리도 다를 수 있느냐’며 절규했다. 장병의 순직은 세월호 침몰사고 사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법원은 세월호 희생자 발생에 대한 일부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헬기 사고는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다. 사고원인 규명에 유가족 측이 지명하는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철저하고 거짓 없는 조사를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장병들의 피해가 반복돼선 안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부와 군은 장병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원인을 애매하게 말하거나 초점을 흐리는 듯한 태도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국방부는 지금까지 연평해전, 천안함 피폭에서 보듯 우리 장병들을 기리는 일을 놓고도 위의 눈치를 살폈다. 이래서야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는가. 정부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할 엄중한 책임이 있다.
낚싯배 전복 사고 죽음에 청와대에서 묵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모든 죽음은 슬프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과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는다. 링컨이 게티즈버그에서 ‘세상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하는 말을 오래 기억하지 않을 것이나 그들의 희생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온 장병들의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을 기리면서 마음속 깊이 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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