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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제… 어느 때보다 공생이 절실하다

김창학 경제부장 chkim@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8월 09일 20:09     발행일 2018년 08월 10일 금요일     제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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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살갗을 태울 듯이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 탓에 섭씨 40도에 육박한 가마솥 같은 무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했다. 태양이 가장 강하다는 이날 오후 2시. 수원역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은 한 여성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간다. 

어깨까지 기른 긴 머리카락이 땅에 떨어지지만 그녀의 얼굴은 비장하다. 이를 바라보던 일부 사람들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발을 동동거리거나 눈물을 흘렸다. “오죽했으면…”이라는 탄식 소리도 들린다. 경기지역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 안 재논의를 촉구하는 ‘분노의 삭발식’ 현장이다.

이 여성 상인은 잘려나간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에 들고 “잘린 머리카락은 아깝지 않다. 월급을 줄 가게의 매출이 중요하다. 인건비 줄 돈이 없어 상인들을 빚쟁이로 만드는 정책을 철회하고 제발 살려달라”며 애끓는 심경을 토로했다. 소상공인업계는 청와대 신설 자영업비서관에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을 임명한 데 대해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 창구 역할을 주문했다.

그런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이 그저께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목까지 차 있는 상황인데 거기서 최저임금이 2년에 걸쳐서 30% 가까이 오른다. 그렇다면 이게 목에 물이 차 있는 상황에서 입과 코를 자꾸 막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비판적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 그는 “소상공인들은 보수적인 집단인데, 이 정도까지 반발하는 것은 삶에 대한 위태로운 불안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최저임금으로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저임금 노동자가 서로 양보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분쟁과 ‘을(乙)’들의 부담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인 비서관의 ‘사이다’ 발언은 자영업계,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하고픈 그리고 정부에게서 듣고픈 이야기일 것이다. 인 비서관은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현장통이다. 그가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을 만나서 현실적인 방안을 같이 찾아보겠다고 했으니 현장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길 기대한다. 

일각에서는 소상공, 자영업자의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임대료라고 얘기한다. 틀린 말도 아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지 않고 가족이 운영하면 되지만 임대료는 계속 오르기만 하니 자영업자를 대책없이 압박한다는 논리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의 설문조사 결과도 같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자영업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1위가 임대료 인상(17%)이었다. 하지만 올해 고용계 최대 이슈인 ‘최저임금(인건비)’은 임대료 인상과 불과 1%p 차이인 16%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직접 근로 비중의 증가로 실제 인상률보다 높게 체감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심화하면서 상당수가 점포와 인력관리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무인시스템 도입, 기존인력 및 아르바이트 근무시간 단축, 신규채용축소를 고려하고 최악의 수단으로 폐점까지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와 청년 일자리 정책이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자영업자, 소시민들이 경제적으로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 전반을 흔들 수도 있다. 당장 어려운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 지급 정책 등을 펴고 있지만 마냥 퍼주기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 자금은 일시적인 방편이다. 유통 대기업의 시장 과잉 진출 제한이나 대기업과 자영업자의 영역 정리,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차단, 공생을 위한 상호 간의 구조적 문제 해결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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