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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옷 주나’ ‘돈 주나’… 공청회에 여론조사까지 / 이건 교육청·의회가 결정해서 갈 일 아닌가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8월 14일 20:47     발행일 2018년 08월 15일 수요일     제19면
교복으로 줄 것인가, 아니면 돈으로 줄 것인가. 경기도 내 학생들에 대한 무상교복 지급 형태를 둘러싼 갈등이다. 학부모 단체, 교복제작 연합회 등의 의견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경기도 교육청과 경기도의회의 입장은 무상교복 지원이다. 지금 논란은 그 지원을 받는 수혜자 측 이견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교복으로 달라’는 요구와 ‘돈으로 달라’는 요구의 충돌이다. 한 달여를 팽팽히 맞서다가 급기야 경기도 교육행정의 최대 현안으로 커졌다.
현물(교복) 지급을 요구하는 쪽 주장은 이렇다. ‘교복 구매에서 핵심 선택 조건은 품질과 디자인, 합리적 가격이다.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현행 구매 시스템인 학교주관구매다. 현금을 지급하면 학교주관구매 시스템을 붕괴시켜 교복 가격의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품목과 디자인의 변경을 어렵게 할 것이다.’ 13일 경기도 의회 브리핑룸에서 도내 10개 학부모 단체가 주장했다. 현금 지급을 요구하는 쪽 주장은 이렇다. ‘사전에 수요를 예측하고 제작을 해야 하는 교복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례안이 통과되면 교복산업의 붕괴와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복을 착용하기 어려운 피해가 갈 수 있다.’ 처음에는 한국학생복산업협회 등 업계가 주로 주장했다. 당연히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등 일부 학부모 단체들이 이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런 의견 충돌에 휘둘리는 교육청과 도의회의 모습이다. 두 주장 사이에서 한 달여 째 침묵하고 있다. 그러더니 내놓는 대책이란 게 갈등과 대결을 더 증폭시키는 방안이다. 현물 지급과 현금 지급을 두고 여론조사를 벌이겠다고 한다. 양 진영을 여론선전전으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졌다. 24일에는 학부모 단체와 교복사업자 단체가 참여하는 공청회도 개최한다고 한다. 이후 양측의 기자회견, 성명 발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책 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건 좋다. 여론을 듣는 절차는 위민 행정의 출발이다. 하지만, 정도가 있어야 한다. 경기도 교육청의 교육 행정이 수천 가지다. 그 중 몇 건이나 이렇게 여론 조사하고 공청회 하나. 더 문제는 상당수 시군이 이미 현금지급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원, 성남, 용인 등 도내 12개 시군이 교복비를 현금으로 지급했거나 지급할 방침을 확정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면 이걸 통째로 바꾸라고 하겠다는 것인가.
이해 못 할 행정이고, 결단력 없는 의정이다. 딱히 고려해야 할 사정변경이 없다. 예견 못 한 주장이 새로 등장한 것도 아니다. 질질 끌 이유가 없다. 현금 지급이든 현물 지급이든 교육청과 도의회가 결정하고 추진하면 된다. 그게 싫다면 시군 사정에 맡기도록 해도 된다. 뭐하러 문제를 크게 만드나. 사안을 복잡하게 끌고 가는 이유가 뭔가. 혹시, 우리가 모르는 말 못할 곡절이라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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