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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전문가의 역할

김상헌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8월 29일 20:23     발행일 2018년 08월 30일 목요일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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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단면을 보면 대단히 허술한 사회다. 지하철이야 입구에 승차권을 넣고 들어가지만 길거리를 달리는 전차는 승차권을 확인하는 이가 없다. 차를 타고나서 가운데 기둥에 놓인 검표기에 직접 표를 넣고 검표를 한다.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생각에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물론 정기권을 가진 이는 이 과정마저 건너뛴다.

주차딱지를 끊었다. 장애우 전용 표시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차를 세웠는데 한 시간 남짓 돌아보고 오니 적잖은 금액의 벌금 고지서가 붙어 있다. 난감해하니 프랑스에서 제법 오랜 기간 거주한 지인은 그냥 찢어버리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사면이 있는데 주차 벌금은 그때 다 사면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란다. 사회 구조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고 하니, 그러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시스템은 돌아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1% 내외의 전문가가 검증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이니 그들이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해외연수가 도마에 올랐다. 연수를 위한 일정을 작성하고, 방문지를 선택하고, 연수보고서까지를 여행사에 위탁한단다. 직무를 위한 연수지 선정은 당연히 해당 업무를 잘 아는 담당자가 정할 것이고, 방문할 기관의 선정이나 면담대상을 정하는 것도 업무에 기반을 두는 것이 상식일텐데 이를 외부에 위탁하는 것이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일까.

외국을 가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음식이다. 개인차가 있으니 누구는 익숙지 않은 음식으로도 충분히 버티지만 누군가는 도저히 입맛을 살리지 못해 가방 한 켠에 챙겨온 고추장과 라면이 등장한다. 일단 개인차라고 해두자.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한식을 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예외 없이 산낙지와 홍어가 등장한다. 그리고는 한국 음식이 낯선 이들이 당황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면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다고 하고, 어찌어찌 한입 삼키는 이를 보면 한식을 잘 이해하는 것처럼 대접한다.

그럼에도 이방인들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 음식에 대한,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존중이다. 문화의 우월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우리 문화가 옳고 우월하다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하고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한식이 입맛에 잘 맞다기보다는 한국문화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해와 관심으로 전문성이 살아난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자문회의를 가면 많은 전문가들이 모인다. 너무 많이 모여서 한마디씩만 해도 한두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다. 사회자는 이후에 잡힌 식사시간을 지키기 위해 간단히 요점정리를 요구하고, 이러한 상황에 이골이 난 전문가들은 시간 맞추기 위해 말을 아끼고, 기념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고….

진짜 자문이 필요한 걸까, 이 많은 사람들이 같이 모였다는 사진이 필요한 걸까.
참여와 실천이 없이는 경험이 생기지 않는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해 연수도 가고, 여행도 간다. 익숙지 않은 음식도 먹어봐야 하고…. 어찌 보면 상당히 단순한 문제인데 왜 우리는 그냥 사진만 찍고 마는 걸까.

김상헌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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