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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울타리’의 미학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dskim@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8월 30일 21:09     발행일 2018년 08월 31일 금요일     제19면

60년대 시골에서 태어난 필자는 ‘울타리’가 기억난다. 이제는 ‘담장’으로 변했지만, 그때만 해도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대체로 울타리는 내 집이란 경계표시로 쳐졌다. 또 울타리 대문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제 생각하면 기분 나쁘지 않은 영역 표시였고 소박함의 미학이었다. 사전에는 울타리를 ‘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거나 엮어서 담 대신에 경계를 지어 막는 물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담장은 어떤가? 경계를 넘어 방어의 개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울타리가 담장으로 변하고 있는 세상이다. 높아져 가는 담장은 현 세태의 한 단면이다.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좀 거시기(?) 하다. 눈으로 보이는 담장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음속 담장도 상당수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안주하려는 현대적 삶의 한 방법일 것이다. 가끔 소통이란 단어로 이를 깨뜨려 보려 하지만 이 또한 녹록지가 않다.

담장이 울타리로 변해가는 현장이 있어 주목된다. 경기도 포천시와 인근 강원도 철원군이다. 포천 관인면 탄동ㆍ냉정리 주민들은 철원군에서 풍겨오는 악취로 그동안 고통이 많았다. 철원 동송읍 오지리에 위치한 32개소의 축사(돈사)가 원인이었다. 

그렇다고 포천시는 지자체 영역을 달리한지라 뚜렷한 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 철원군에 협조를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포천시가 철원군에 합동점검을 제안하자 철원군이 이를 수용하고 나섰다. 

합동단속을 벌여 위반업소 8개소를 적발했다. 배출처리시설 인ㆍ허가, 악취 등 관리기준 준수 여부를 따져 얻은 결과물이다. 물론 앞으로 악취가 어느 정도 반감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실타래를 풀지 못해왔던 전례를 비춰볼 때 의미 있는 행보임에 틀림없다. 

이것저것, 내 것 네 것을 따지지 않아 가능했다 판단된다. 소위 님비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각장이나 화장장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주변 지자체는 ‘여기는 안된다’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이제부터 높아진 담장을 조금씩 걷어내자. 담장을 울타리로 바꿔보자. 울타리 미학은 삶의 즐거움을 되찾는 내비게이션으로 손색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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