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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읽는 동시] 들꽃은

윤수천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9월 04일 20:18     발행일 2018년 09월 05일 수요일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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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은

       - 김소운

눈 맞춰주는 이
하나 없어도
쓸쓸하지 않아
이름 불러주는 이
하나 없어도
외롭지 않아
들녘 여기저기
마구 피어서
예쁘게 수놓으면 그뿐......
아무런 꾸밈없이
아무런 욕심없이
피었다 진다.

꽃도 자리가 있다. 잘 가꿔진 정원 안에서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꽃이 있는가 하면 민가(民家)와는 거리가 먼 들판에서 피었다가 지는 꽃도 있다. 이 동시는 정원과는 거리가 먼 들녘의 풀꽃에 바치는 헌시이기도 하다. 아무도 봐주지 않고, 게다가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는 들꽃. 그러나 들꽃은 아무래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오로지 예쁘게 꽃을 피워 들녘을 자신의 꽃으로 수놓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신이 자신에게 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어여쁜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는 것! 욕심 내지 않고 자기 삶을 사랑한다는 것! 이게 바로 아름다운 일생이란 것! 최근 들어 몇 통의 부고장을 받으면서 생각난 게 이 동시다. 한 세상 사는 일이 들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가 봐주거나 이름 불러주지 않아도 한 세상 스스로 자위하며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삶이 아니겠는가. “살아 보니 별 게 아니군!” 며칠 전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친구가 내게 한 말이었다. 머리가 허연 우리 둘은 찻집이 떠나가라 웃고 또 웃었다. 아, 무덥던 여름도 기울고 이제 가을이다. 들꽃을 보러 들녘에라도 나가야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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