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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공공기관 더 빼가기? 이럴 거라 했잖나

예측했던 ‘국토균형발전론 우려’
李 대표, “公기관ㆍ국회 옮겨야”
도내 민주당 의원들 입장은 뭔가

김종구 주필 kimjg@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09월 05일 20:55     발행일 2018년 09월 06일 목요일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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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 이 지면(紙面)에 이렇게 썼다. ‘송영길 후보는 호남이 돕는다. 이해찬 후보는 충청권이 돕는다. 그러나 경기도는 김진표를 돕지 않는다. 제목-‘당당한 지역주의, 경기 출신 김진표라고 말함’-부터 공정성을 잃은 글이다. 다분히 편향적 논조(論調)로 꾸린 선동이다. 그래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적어도 충청일보와 전남일보는 나를 욕하지 못할 거라 자신했다. 며칠 뒤 민주당 대표선거가 끝났다. 이해찬 1등, 송영길 2등, 김진표 3등.
충청ㆍ호남ㆍ경기 순서다. 우려스럽던 예상이 실망스럽게 맞았다. 허기야, 특별하게 언급할만한 일도 못된다. 민주당 내 지역 DNA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이보다 가슴 졸인 예상은 따로 있다. ‘노무현ㆍ문재인 정부와 세종시를 묶어주는 국토균형발전의 끈도 있다’는 구절이다. 이해찬 당 대표의 미래에 대한 예상이었다. 공공 기관 추가 이전에 화두를 던졌던 그다. 국회 분원도 만들자고 했었다. 2차 국부(國富) 이동을 선창할 걱정이 컸다.
예상은 생각보다 빨리 맞아떨어졌다. 어제 처음으로 당대표 연설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가 말했다. 수도권의 공공기관 122개를 옮기자고 했다. 지역 혁신도시의 성장 기반을 조성하자고 했다. 국회의사당의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원래 돌려서 말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답게 첫 번째 연설부터 터뜨린 것이다. 언론은 이를 ‘노무현 정부 국토균형발전론의 부활’이라고 받았다. 틀렸으면 좋았을 예상이 맞은 것이다.
정답 없는 논제(論題)다. 노무현 정부 5년간 토론했다. 나온 답은 없었다. 이제 와서 재삼 토론할 일도 아니다. 그냥 받아들여야 할 통치행위다. 이해찬 대표는 세종시민과 약속했고, 그 약속대로 한 것이다. 힘 있는 여당 대표가 됐고, 정부에 주문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이고, 역시 국토균형발전론을 가슴에 둔 통치권자다. 그러면 그냥 가는 것이다. 눈치 빠른 지방에선 벌써부터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한 모양이다.
경기도? 남 탓할 것 없다. 경기도 정치가 자초한 일이다. 경기도 민주당 국회의원, 경기도 민주당 시장ㆍ군수, 경기도 민주당 당원들이 자초한 일이다. 전당대회에 조금만 목소리를 높였어도…. 전화 투표에서 조금만 더 버텼어도…. 8월 25일 투표장에서 조금만 더 경기도를 말했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덜 소리 지르고, 덜 요구하고, 덜 투쟁한 결과다. 김진표 얘기가 아니다. 경기도의 존재감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필 올해가 ‘경기 정년 천 년’이다. 다들 대단한 역사라도 되는 양 떠든다. 따지고 보면 한 번도 주인 되지 못한 굴욕의 역사다. 송악군(松岳郡ㆍ왕건)에 자리를 내준 고려 경기도였고, 화령부(和寧府ㆍ이성계)에 자리를 내준 조선 경기도였다. 황해도(이승만), 경상도(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ㆍ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ㆍ문재인), 전라도(김대중)에 자리를 내준 대한민국 경기도였다. 1천 년 내내 외지 세력에 짓눌려 지내온 정치 변방의 역사다.
경기도 정치가 져야 할 중죄(重罪)다. 권력에 빌붙기 바빴던 중세 호족, 강자에 맞추기 바빴던 근·현대 정치가 다 죄인이다. 불행히도 지금도 그 역사는 진행 중이다. 경기도 정치는 여전히 권력에 줄 대느라 여념이 없다. 18개 공기관을 빼겠다는데도 반대 한마디 못한다. 동네 상가가 통째로 문 닫을 일인데도 이견 한 마디 없다. 기껏 한다는 말이 “큰 영향 없다”다. 1~2억 예산 챙긴 것도 자랑삼는 사람들이 공기관 18개 이전엔 “큰 영향이 없다”고 한다.
겨우 18개 기관? 국토균형발전론이 경기도엔 어떤 괴물인지 몰라서 이러나. 공기업, 사기업, 문화행사, 대학입지까지 모든 영역에 빨대를 꽂았던 십수 년 전 흡혈악몽을 정말 몰라서 이러나.
오늘 아침 부산, 한 부동산 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여권 내 실세 중의 실세인 이해찬 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공기관 이전 추진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금융 쪽 공공기관은 다 문현 금융타운으로 이전, 해양 쪽은 영도로 이전, 영상 쪽은 센텀으로 이전하지요. 이거 대박이지요.” 오늘 아침 경기도, 딱 그만큼의 목소리가 공포로 들려왔다. “우리 동네는 괜찮은 거냐” “경기도 민주당 의원들은 뭐라고 말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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