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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안썼다”·“해고예고 수당 못 받아”… 사업주 협박 돈 뜯는 ‘악질 근로자’

업체 약점 잡아 합의금 요구 ‘주의보’

권혁준 기자 khj@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10월 11일 21:21     발행일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제6면

경기지역 인력사무소를 전전하던 30대 A씨는 일주일 동안 매일 1곳씩 5곳의 도내 공사현장을 다니며 현장 일용직으로 일했다. 그러나 A씨는 다른 근로자들과 취업 의도가 달랐다. 그는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본색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건설사들을 상대로 일일이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진정을 제기한 뒤 며칠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진정을 취하하기를 반복했다. 고용부는 사업주들이 A씨에게 명목상 합의금을 쥐여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A씨는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면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악용한 것이다. A씨가 지인 2명과 함께 이러한 수법으로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접수한 진정 건수는 총 26건에 달한다.

화성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경험한 일을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민다. 취업한 중국동포 C씨가 근무 첫날부터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지각과 무단결근 등 불성실한 업무 태도를 보여 일주일 만에 해고한 것이 화근이었다.

C씨는 해고 통보를 받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예고수당을 못 받았다며 B씨를 부당해고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근로기준법상 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고, 예고 없이 30일 전에 해고를 당하게 되면 한 달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B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내역을 모두 신고하겠다는 C씨에게 결국 한 달 급여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합의를 보는 것으로 악몽 같은 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밖에 ‘근로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라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노동부에 신고하는 근로자들까지 나타나는 등 사업주를 골탕먹이고자 노동부에 진정을 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취업을 빙자해 사업장의 각종 근로기준법 등 법 위반 사항을 노동부에 신고한 뒤 합의금을 타내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악덕 근로자들은 건설업체의 과태료 처분으로 인한 공사 입찰 제한 등 약점을 잡아 합의금을 요구하며 ‘역갑질’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법을 악용하는 근로자들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들까지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며 “악질 근로자로 인한 건설현장 또는 영세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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