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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한글과 한의학

윤성찬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10월 11일 20:23     발행일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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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9일은 한글날이고, 10월10일은 한방(한의학)의 날이다. 기념일이 하루 사이에 붙어 있는 한글과 한의학은 우리 한민족의 큰 자랑이자 자부심의 상징이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연구하여 창의적으로 만든 문자인 한글은,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세계 문자 역사상 그 짝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라며 세계가 인정하고 있고, 한글의 제작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訓民正音)’이 199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들여왔던 한의학을 좀 더 한민족에게 유용한 의학으로 만들라는 세종대왕의 지시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의방유취(醫方類聚)’를 편찬하며 조선의 의학으로 독립 발전한 한의학은, 마침내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기점으로 중국을 넘어 당대 세계최고의 의학으로 발전하였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동의보감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의학서적으로는 세계최초의 등재다.

이렇듯 한민족의 보물이자 위대한 유산인 한글과 한의학에게 영광스러운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술국치 이후 찾아온 일제강점기에 한민족의 민족혼을 말살시키려는 일본제국주의와 친일파들의 책략에 의해 한글의 사용과 교육이 금지되고, 한의사 역시 의생으로 격하되었다가 의료제도에서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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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독창적인 얼을 간직한 국악, 한국무용, 한국미술, 한국무예 등 한민족의 문화가 같은 이유로 모두 소외되고, 일본의 언어와 문화 및 서양문화가 득세한 것이다. 일본과 서양문화는 신식이고, 우리 문화는 구식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세뇌교육도 병행되었다.

광복 73년이 지난 지금, 일제강점기 당시 아픔을 겪었던 많은 부문의 문화와 제도가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제도와 사법제도다. 친일을 통해 확보한 기득권을 결코 내려놓지 않으려는 세력들 때문이다. 개혁은 번번이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의료제도가 이원화되어 있는 어떤 나라에서도 서양의학을 의학, 양의사를 의사라고 칭하지 않는다. 의학의 범주 아래에 한의학, 양(서)의학, 치의학이 있고, 의사의 범주 내에 한의사, 양(서)의사, 치과의사가 있는 것이다. 지극히 사전적이고, 어법에도 맞고, 상식적인 용어조차도 일제잔재이자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의해 법률용어가 개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한글날과 한의학 날이 있는 10월이 되면 더욱 그렇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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