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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풍등으로 몰아가던 무리한 체포수사 / 외국인 인권 논란, 자초한 측면 있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8년 10월 11일 20:26     발행일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제19면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국민 여론이 들끓는다. 흡사 먹이를 찾는 짐승의 무리와 같다. 그 여론이 옳은지 그른지의 판단이 아니다. 집단 사고와 그 사고의 흐름이 갖는 특징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여론을 위한 표적이다. 여론이 향할 타깃을 줌으로써 분노의 방향을 튼다. 대형 사건의 경우 범인 또는 원인 제공자가 그 타깃이 될 수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수사는 그렇게 여론을 방향을 정하는 지표가 된다. 그래서 대형사건 수사가 중요하다.
스리랑카인 노동자 A씨(27)는 그런 희생양이었나. 우리는 경찰이 고의적으로 그랬다고 보지 않는다. 적어도 A씨와 저유소 화재의 인과관계는 충분하다. 저유소 부근에서 풍등을 날린 것이 확인됐다. 그 풍등의 불이 끝내 저유소로 옮겨 붙었다고 볼 정황도 충분하다. 경찰이 신속히 확보한 CCTV도 그런 정황을 증명하는 증거다. 화재를 직감하고 현장에서 달아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적어도 죄 없는 사람을 용의자로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권, 그것도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검찰이 두 번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명목상 이유는 ‘수사 부족’이다. “영장을 청구하기엔 아직 수사 내용이 부족하다”고 돼 있다. 여기서 지적한 수사 부족을 좀 더 폭넓게 풀어볼 필요가 있다. A씨의 행위에 대한 수사 부족을 지적한 것은 아닌듯싶다. 풍등의 불씨가 대형 저유소로 옮겨 붙는 과정과 그 책임에 대한 추가수사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렇다. 경찰의 발표 속에도 그 정황은 있다. 풍등에서 옮겨 붙은 불씨는 18분간 저유소 주변 탱크를 태우고 있었다. CCTV 화면에 또렷이 보일 정도의 규모가 큰 불이었다. 그 18분 화재를 진화할 책임 소재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유소는 화재에 취약한 기름이 채워진 탱크다. 그 옆 잔디밭에 불이 나 18분 동안 훨훨 타고 있었다. 적어도 이때부터는 저유소 측 인력과 장비가 가동됐어야 하는 것이다. 풍등의 직접 책임이 단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한 경찰 수사 얘기가 없다. 화재 직후 A씨를 검거해 긴급 체포부터 했다. 그리고 검찰이 영장을 1차 기각한 뒤에도 여전히 구금해 놓고 있었다. 2차 영장 기각이 있고 48시간 체포시한이 다가오자 비로소 석방했다. 지나친 인과관계 확장이라고 여겨진다. 과한 신병 구금이라고 여겨진다. A씨는 풀려나면서 환하게 웃었다. 한국말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도 했다. 그래서 더 씁쓸해진다. 스스로 보호받지 못할 거라 여겼던 모양이다.
경찰 수사는 계속될 것이다. 아마도 A씨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힘없는 외국인이라 모든 걸 뒤집어썼다’는 지적이 나오는 수사가 되지는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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