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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멀리 있는 거 아녀~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

한상근 기자 hsg@ekgib.com 노출승인 2010년 10월 14일 15:00     발행일 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제24면
   
▲ APAP2010의 하나인 석수아트프로젝트(스톤앤워터)에서 아티스트 막 빈센트 코지코(필리핀)가 석수시장에서 장사하는 할머니와 함께 초상화 작품을 완성한 뒤 전시한 오픈스튜디오 광경.

유난히 국제 문화예술 행사가 많은 올 가을, 그동안 국내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다양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주민과의 소통과 만남을 시도해 호평을 받았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APAP)가 지난 2일 개막식을 갖고 한창 진행 중이다. 제1회 프로젝트는 지난 2005년 국내외 유명 건축, 미술, 디자인 전문가를 초청해 안양유원지를 안양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켰고 제1회 프로젝트는 일상생활 공간인 평촌신도시를 주무대로 펼쳐졌다.

그러나 이번 제3회 프로젝트는 안양을 ‘공공예술의 메카’로 부각됐던 지난 두 번의 프로젝트와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시도됐다. ‘새 동네: 열린 도시 안에서’라는 주제만 놓고 보더라도 안양이라는 도시를 예술 작품의 설치 공간으로서 해석하지 않고,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 안에서 미술, 건축, 도시 전문가들이 활동하도록 기획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체험과 그로 인한 변화를 통해 예술과 시민들과의 소통과 만남을 도모했다. 총 23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된 이번 프로젝트는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학의천 변 학운공원에 설치된 세 가지의 구조물은 매력적인 형태로 눈길을 끈다. 미국, 독일, 한국 건축가가 고루 참여해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외형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각각의 구조물들이 담고 있는 과정과 내용들도 주목받기 때문이다.

   
▲ 컨테이너를 조합해 시민들을 위한 강연, 워크숍, 영화상영 등을 할 수 있게 만든 ‘오픈 스쿨’.

최근 건축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컨테이너를 조합해 제작된 ‘오픈 스쿨’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롯 텍이 설계해 시민들을 위한 강연, 워크숍, 영화 상영 등이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특히 오픈 스쿨은 가장 먼저 완공돼 지난 여름방학 동안 학생, 시민들과 함께 ‘열린 대학’, ‘그린 워크숍’ 등을 진행했고, 현재 멀티 스크린을 통해 안양의 역사, 문화, 주거 형태, 인구 등 다양한 데이터를 디지털 지도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안양’(작가: 카엘 그레코/미국)이 전시되고 있다.

또 200여명의 시민들과 독일의 건축가 그룹 ‘라움라보어’가 함께 제작한 ‘오픈하우스’는 총 19개의 집들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새로운 마을을 조성했다. 이 집들은 공모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운영,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매스 스터디즈의 조민석은 한국의 전통적 다목적공간인 정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픈 파빌리온’을 설치했는데, 대림대학교 학생들이 뜨개질 방식으로 매듭모양의 해먹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다.

이처럼 건축 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그 의미가 깊은 프로젝트 외에도 안양 곳곳에서는 이색적인 주민 참여 프로그램들이 6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에 젊은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안양 5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동네와 지역 주민들의 특성과 적합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했던 ‘주민 되기’ 프로젝트(작가: 오동팀/한국).

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안양의 옛 골목과 동네를 7개의 중·고교 학생들 3천여명이 사진으로 기록했던 대규모 아카이빙 프로젝트 ‘2010 만안의 이미지-기록과 기억’(기획:대림미술관).

작가가 제작한 스티커에 시민들이 직접 불평을 적어 안양역 주변을 촬영한 대형 사진에 붙여 현재 시민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분석하는 ‘불평 박물관’ 프로젝트(작가: 커뮤니티 뮤지엄 프로젝트/홍콩).

   
▲ 독일의 라움라보어 그룹이 시민 200여명과 함께 제작한 ‘오픈 하우스’.

지역 공동체 안에서도 소외된 구성원인 노인들을 위해 함께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폐지 수거용 손수레를 사용하기 편리하게 새롭게 수리하고, 그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작소를 운영해 정기적으로 주민들의 가구나 물건들을 수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무늬만 커뮤니티’ 프로젝트(작가: 김월식).

모두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공공미술의 대가 수잔 레이시(미국)도 안양에 수차례 방문해 주부, 교사, 택시기사,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양 여성들을 직접 만나고 14개의 다른 장소에서 그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우리들의 방-안양 여성들의 수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작가가 제작한 스티커에 시민들이 직접 불평을 적어 시민들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분석하는 커뮤니티 뮤지엄 프로젝트(홍콩) ‘불평박물관’.

이 밖에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자가 발전 에너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열린 텃밭’(작가:마례티쟈 포트르츠/슬로베니아), 테이블이나 수레 등이 부착된 14대의 자전거를 제작해 무료로 대여하는 ‘자전거 프로젝트’(자꼬모 카스타눌라/페루)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이 프로젝트 과정에 직접 참여해 예술가와 시민들의 협력으로 탄생한 합작품에 그치지 않고, 행사가 끝난 후에도 주민들에 의해 지속적인 운영이 이뤄질 예정이다. 공공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안양에서 일어날, 앞으로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다.

안양=한상근기자 hs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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