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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벽 드러낸 채 흉물로 자연도 메아리도 떠났다

버려진 폐석산

성보경 기자 boccum@kyeonggi.com 노출승인 2014년 08월 21일 19:27     발행일 2014년 08월 22일 금요일     제13면

   
▲ 포천의 한 폐석산에서 원상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석산은 뚜렷한 활용방안 없이 흙을 다지는 등의 조치만 취해질 방침이다. 추상철기자
폐석산이 사랑받는 관광지로 재탄생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벌겋고 허연 몸을 드러낸 채 ‘잠들어’ 있다. 경기지역에서 현재 개발 중인 석산은 62곳으로 그간 개발행위가 끝난 석산의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모두 ‘원상복구’라는 이름으로 흙을 덮고 다져두긴 했지만 훼손된 자연경관을 되돌려놓기는 역부족으로, 부실한 복구는 사회문제로까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석산이 자리 잡은 장소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개발과 동시에 재활용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기지역에서 석재 및 골재 채취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포천이다. 특히 단단한 화강암이 유명해 지난 40년간 연평균 50만2천여㎡를 생산,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화강암 채석으로 인한 연 매출도 300억~400억원에 달해 지역사회를 살리고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평도 잇따랐다.

지금도 포천에서 개발 중인 채석장은 도 전체의 3분의 1 이상인 22곳에 달한다.
하지만 환경보전이 경제발전 이상으로 중요해진 지금, 흉물스럽게 방치된 폐채석장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허가기간이 끝난 지 5년이 지난 포천의 한 폐석산을 찾았다.
논과 밭을 지나 산속 깊숙이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자리 잡았지만 높이 솟은 탓에 멀리서도 잘 볼 수 있었다.

화강암 채석장이었던 이곳은 총 3만3천여㎡ 부지에 2008년1월부터 2009년12월까지 채취허가가 난 곳으로 현재 원상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복구현장은 처참했다.

채석작업이 이뤄지던 석산은 낭떠러지처럼 가파른 돌벽을 드러낸 채 사방으로 둘러쳐져 있었고 채취가 끝나 흙 밭이 된 땅은 무른 돌과 흙이 부스러져 황갈색과 회백색이 뒤섞여 있었다.

휴일인 탓에 아무도 없는 석산에는 굴착기 두 대와 덤프트럭 세대가 곳곳에 떨어져 멈춰 서 있었다.
건축용 화강암을 생산해내던 석산의 단면은 아름다웠다.

90도 각도로 치솟아 매끈하게 깎인 돌벽은 회색, 갈색 등이 적절하게 뒤섞여 있었고 돌 틈을 비집고 작은 나무들이 자라나 운치마저 느껴졌다.

두 손을 입에 모아 소리치니 벽에 부딪혀 튕겨져나온 메아리가 길게 되돌아왔다.
높은 돌벽을 둘러싼 부지는 파헤쳐져 있는 가운데서도 고즈넉했다.
하지만 이 폐석산은 별다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복구작업이 이뤄질 따름으로 땅을 다지는데만 상당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토석채취사업이 끝난 폐석산은 복구가 완벽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수차례 제기됐지만 여전히 별다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채석작업이 소규모로 곳곳에서 이뤄지는데다 채석사업 후 법적ㆍ제도적으로 다른 용도로 전환해 사용하기가 쉽지 않아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채석장 이용 후 부지에 대한 주민과 업계 종사자, 지자체의 의견을 다방면으로 수렴하고 분석해 효율적으로 산림자원을 이용하고 재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보경기자


   
 
인터뷰 김남춘 단국대 녹지조경학과 교수
소규모ㆍ산발적 채석작업 지양… 허가 단계부터 재활용 방안 모색
“유럽의 경우는 대규모 채석작업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이미 환경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작업 후의 활용방안을 고민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폐석산의 재활용 방안을 장기간, 심도있게 마련하는 태도에요.”

수십년간 폐채석장 등 버려진 부지와 산에 대해 연구해온 김남춘 단국대 녹지조경학과 교수는 채석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작업 후의 부지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일본, 홍콩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대응책을 마련하는 덕에 폐석산을 농업용 부지, 관광지 등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땅에만 흙을 덮은 채 석산을 그대로 방치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채석작업이 이뤄지는 산지에 대한 전용허가를 받는 데 비용이 드는데다 각종 부지로 활용한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미지수인 탓에 업자들은 추후 활용보다는 단기간의 허가 기간에 채석을 통한 수익성만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채석작업은 수익성이 확실하지만 이후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다고 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산지전용허가 및 개발 과정에서 각종 부담금이 들지만 수익에 대한 확신은 없으니 개발만 하고 마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석작업이 소규모에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점도 재활용을 막고 있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그는 “국내에서는 업자들이 수익성을 고려해 국지적으로 채석작업을 하는 게 관행으로, 동산 하나 정도만 깎고 마는데다 재활용에 대한 고민이 없어 마구잡이로 파헤치다 보니 주변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며 “채석작업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 위주로 이뤄지고 허가 시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채석을 대규모로 진행하며 진행 과정에서 환경단체가 밀접하게 관여해 폐석산의 재활용 방안을 미리 모색하고, 또 채석 후 복원과정에서도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면서 활용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는 폐석산을 활용하려면 개발을 규모화시키는 한편 부지 특성에 따른 활용방안도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자체에서 채석허가를 내 줄 때 재활용방안도 함께 받거나 개발 시 되도록 규모화시켜 활용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며 “허가부터 재활용을 모색하고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채석작업이 이뤄지는 등의 과정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면 관광지를 비롯해 농업용지, 체육시설부지 등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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