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형시장, 골목마다 볼거리 가득
16일 정오께 파주시 금촌통일시장. 5일장이 펼쳐진 이날은 매서운 추위에도 장을 보러 온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오랫동안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장답게 상인과 고객 모두 활기가 넘쳤다. 바둑판 형태의 다소 좁은 골목들이 초행자는 길을 찾기 헷갈렸지만 그만큼 전통시장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금촌통일시장(파주시 금정 24길 17)은 197개의 점포로 이뤄진 꽤 큰 규모의 상가주택복합형 시장이다. 1906년 경의선 금촌역이 생기면서 태동한 금촌시장에서 출발했다. 이처럼 긴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간직한 채 보존돼 왔다. 따라서 70년 이상 이어온 전통으로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상점들도 많다. 걸어서 5분 거리에는 경의중앙선 금촌역이 있고, 시장 주변으로 다양한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생필품, 농수산물, 의류, 식당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며 수많은 단골을 보유한 시장답게 안 파는 물건이 없었다. 금촌통일시장은 평소에는 평범한 전통시장이지만 5일장이 서는 1, 6일(매월 1ㆍ6ㆍ11ㆍ16ㆍ21ㆍ26일)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지역 최대의 시장을 형성한다. 5일장에는 기존에는 볼 수 없는 각종 노점상과 농산물을 판매하려는 상인들로 200여 개의 새로운 노점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금촌전통시장과 문화로시장, 명동로시장 등 3개 시장이 통합된 ‘금촌통일시장’은 지난 2009년 현대화사업으로 깔끔하게 단장됐다. 중앙통로가 현대식으로 정비되고, 간판과 매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히 가장 불편했던 주차문제도 지난해 주차타워가 신설되면서 편리한 쇼핑이 가능해졌다. 은행과 협약을 맺어 각 점포에 신형 카드단말기를 보급해 신용카드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2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 물품은 배송센터에서 무료로 배달해주는 고객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고객편의시설, 볼거리, 즐길거리 등 기반 마련을 위해 총 41개 사업을 완료했다. 지난해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에서 금촌통일시장의 ‘금촌 문화난장 어울림 장터’ 사업이 희망사업 프로젝트 문화관광형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4억 2천500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상인 주도형으로 이뤄지는 ‘금촌 문화난장 어울림’ 희망사업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2020년 2월까지 매월 두 번째 주말에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금촌통일시장도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으로 상권의 변화를 겪었다. 2004년 시장 인근 지역에 이마트가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금촌통일시장과 이마트 파주점은 경쟁하지 않고 함께 살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불편한 관계였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적대시하지 않고 공존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에 5일장이 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이마트의 의무휴무일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기존의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쉬려고 했지만 금촌통일시장 5일장이 서는 매월 6월과 21일에 문을 닫기로 2012년 합의한 것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을 위해 협약을 체결한 전국 최초의 사례다. 또한, 이마트 파주점은 금촌시장에 다양한 할인 물품을 기부하는 등 장날이면 이마트 문을 아예 닫고 점장까지 나서 전통시장 판촉행사에 동참하기까지 한다.
구예리기자
[인터뷰] 이현숙 파주 금촌통일시장 상인회장
“고객 편의시설 갖추고… 상인들 단합 필수”
이현숙 금촌통일시장 상인회장(58)은 지난 2015년 취임해 4년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곳에서 10년째 상인회 소속으로 일해온 이 회장은누구보다 시장의 흥망성쇠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시장의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회장직을 맡았다.
이 회장은 시장이 더욱 부흥하려면 반드시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2015년 시장이 ‘문화관광형시장’ 선정을 필두로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며 “육성사업을 추진한 결과, 1년 만에 시장 내 점포수가 10개 늘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6년에는 시장활성화의 허브역할을 하는 ‘고객지원센터’를 설립하며 고객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선사했다. 이 회장은 “고객지원센터는 지상 2층 규모로 1층은 만남의 장소이자 고객들의 쉼터로, 2층 회의실에서는 다양한 상인들의 동아리 활동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에는 파주시의 협조로 136면 규모의 시장 전용 공공주차장을 준공하며 더욱 편리한 시장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시장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서라면 상인들의 단합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상인들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도록 시장 내 6군데에 통닭집에서 3~4마리씩 치킨을 사서 친목을 다지는 ‘치맥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현숙 회장은 “금촌통일시장은 비무장지대(DMZ), 임진각 등 평화통일 관광지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장”이라며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등 시장의 부흥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할 준비가 됐다”고 다짐했다.
김해령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털보순대
뜨끈한 순대국밥, 32년 한결같은 맛
‘순대국만 32년째’ 임진규 사장(54)의 털보순대는 금촌통일시장에 터를 잡은 지 무려 32년째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맛으로 시장 인근 주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24시간 이상 우려낸 맑은 육수와 임 사장이 직접 고른 최상품 고기와 순대가 푸짐하게 들어간 순대국밥(6천원)은 겨울이 깊어질수록 많은 손님이 찾는다고 한다. 임 사장은 매일 새벽마다 직접 고른 고기를 공수하고, 김치 또한 직접 담근다. 이처럼 임 사장의 정성과 오랜 전통으로 검증된 맛, 넉넉한 인심이 어우러진 털보순대는 점심때면 자리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다. 장날이었던 이날도 손님들이 가게를 꽉 채워 임 사장의 손과 발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임 사장은 “오랜 전통에 누가 되지 않도록 언제나 정성으로 손님들을 대하겠다”고 말했다.
종로떡집
파주의 명물 ‘모랑떡’ 개발해 유명
설 명절이 다가올수록 종로떡집의 이상철 사장(38)은 잠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특히 이곳은 파주의 명물 ‘모랑떡’을 개발한 곳으로 유명하다. 모랑떡(6개 2천원)은 파주 지역 특산물인 한수위 쌀과 장단콩이 만나 탄생했다. 떡의 소가 일반 앙금이 아니라 장단콩으로 돼 있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모랑이라는 이름은 ‘모두랑’에서 두 자를 제외하고 만든 이름으로 너와 나, 함께 나눠 먹는 떡의 의미 남과 북 모두의 화합과 통일을 담았다고 한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가면 모랑떡을 먹기 어려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랑떡뿐만 아니라 떡 맛집으로 유명해 전국 곳곳에 택배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맛과 메뉴 연구를 끊임없이 하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청결을 잊지 않는다. 또한, 떡 포장지에 제조시간까지 표시할 정도로 신선도도 중요시한다. 이 사장은 “청결은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맷돌손두부
담백하고 부드러운 ‘장단콩 두부’
타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파주 특산품은 단연 장단콩이다. 금촌통일시장에서 11년째 맷돌손두부를 운영하고 있는 곽보영 사장(58)은 파주 장단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곳의 파주장단콩두부(한 모 8천원)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특유의 담백함과 부드러움, 장단콩만이 가지는 맛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많은 단골을 보유하고 있는 맷돌손두부는 시중에 파는 두부의 3배 크기로, 직접 만든 손두부를 3천 원에 팔고 있다. 논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올방개로 만든 고소하고 찰진 올방개묵도 판매한다. 이곳의 두부는 서울, 인천, 수원까지 맛을 잊지 못해 두부를 사러 올 정도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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