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소매 상품 어우러져 상인·손님 ‘북적북적’
투박하지만 정겨운 맛… 외국인 마음에도 ‘쏙’
평택 송탄시장의 특징은 도소매 상품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소매품을 사 가는 손님들과 도매품을 사 가는 상인들로 항상 북적인다. 송탄시장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송북전통시장’으로 불렸다. 6·25전쟁 직후 인근 지역인 오산시에 K55 미군기지가 형성되면서 평택시 인근 주변 농촌 생산 농산물을 농민들이 직접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상설도매시장으로 시작했다. 지금 송탄시장이 도매시장 역할을 하는 이유도 당시의 역사가 지금까지 흘러와서다. 예나 지금이나 시장 이름 앞에 ‘아침을 여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도 도매시장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평택 지산동에 위치한 송탄시장은 인근에 미군이 있어 한국 손님도 많지만, 외국인 관광객도 꽤 찾는 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는 외국인 기호에 맞는 상품이 많은 편이다. 16일 오전에 찾은 송탄시장에는 상점 곳곳에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이 시장에 자주 온다는 듯 능숙하게 한국말로 물건을 주문하고 자연스레 쇼핑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또 다른 외국 손님은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머리국밥 음식점 앞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메뉴를 살피기도 했다.
송탄시장은 60년대부터 구성돼 최소 20~30년은 된 식당과 상점이 즐비했다. 간단한 도너츠나 국수조차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해 투박하지만 정겨운 맛으로 승부를 보는 상인들이 많다.
송탄시장은 160개 점포, 약 370여 명의 상인이 손님을 매일 맞이하고 있다. 곳곳에는 고객 편의를 위해 청결한 화장실 등 편의시설과 전통 문화재 및 체험 행사가 마련돼 있다. 특히 가장 인기를 끄는 건 유통 단계를 최소화시켜서 파는 농산물 직거래였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 손에는 과일이나 채소 봉지가 하나씩 들려 있을 만큼 손님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송탄시장의 특장점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시장 주변에는 송북시외버스터미널, 송탄 전철역을 비롯해 인근에 18개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형성돼 있으며 근교 농업 단지와 미군부대 등이 위치해 있다. 이런 접근성 덕분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 또한 다양하다. 상인회는 이러한 점을 살려 고객 유입도를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사은품 행사를 열어 일정 금액 이상 구매를 하면 달걀 한판 등 식품, 생필품을 주기적으로 제공해 기존 고객을 확보할 뿐 아니라 큰 장날 할인행사, 특가판매 등을 통해 질 높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신규 고객 확보를 하고 있다. 또 다문화 가정을 위해 5% 할인 등 상품구매 우대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개별점포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재고 상품 나눠주기 등의 봉사 서비스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시장은 대형마트가 진행하는 마트 내 생활교실 등에 착안해 상인과 고객이 함께하는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노래교실, 홈패션 주부교실 등을 운영해 상인과 고객의 유대관계를 활성화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또 전통시장 고객의 편리한 쇼핑을 돕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환전대행을 실시하고 물건을 사면 배송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김진수 송탄시장상인회장
“불청결하고 불편하다는 전통시장의 편견 깨야…”
김진수 상인회장은 송탄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청결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현재 시장 곳곳에는 깨끗한 화장실, 고객편의센터 등이 있으며 각 점포 상인에게도 환경 청결을 당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흔히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불청결하다, 불친절하다, 카드를 못쓴다 등의 고정관념이 있는데 임기 동안 이런 것들을 해결하려 한다”며 “지금 시장을 찾는 고객 수도 다른 시장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라서 기본부터 제대로 다져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일장이 열리면 하루에 3천 명은 찾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500명이 찾는다”며 “숫자로 보면 많아 보이겠지만, 상인들의 원활한 장사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한 수”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고객들의 쾌적한 쇼핑 환경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바닥에다가 물건을 놓고 팔아도 그러려니 했지만, 이제는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상인 개개인에게 체계화된 판매대를 지원해 고객들도 더 쾌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겠다”며 “깔끔하게 판매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기 때문에 쾌적한 쇼핑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손님들이 사랑해주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개선 과정에서 부족한 예산은 정부, 경기도 등 전통시장 살리는 정부 사업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외국손님이 찾아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경기도 대표 시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먹을거리를 찾아라
■우호도너츠만두
우호도너츠만두는 송탄시장, 이 자리에서만 40년째 운영하고 있다. 80년에 시작한 이 가게는 도너츠와 만두가 주 종목이다. 이정희 대표(65)는 “요즘 도너츠들은 크림치즈도 넣고 이것저것 넣어서 젊은이들 입맛에 맞게 가공하지만, 우리는 40년 전 당시 배워 만든 그 맛 그대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며 “80년대 도너츠를 우리 가게에서 맛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호도너츠만두에서는 예전에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찾은 꼬마 손님이 어느덧 훌쩍 커서 가게를 다시 찾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아이 손잡고 들어온 손님들이 “여기가 엄마 예전에 도너츠 많이 사먹은 곳이야”라고 말을 한다. 당시에는 아이 모습이어서 훌쩍 큰 모습을 나는 모르지만, 손님들이 먼저 와서 나를 알아봐 주고 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도너츠 하나로 추억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맛에 장사를 해요”라며 뿌듯함을 전했다.
■낙원소머리국밥
낙원소머리국밥은 송탄시장에서 맛집으로 유명하다. 매일 육수를 만들고 또 다음 날엔 새로운 뼈를 넣어서 육수를 낸다. 깊은 육수의 맛이 이 국밥집의 자랑이다. 김현분 대표(70)는 “국밥은 육수가 관건이기 때문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 국밥의 국물이 진국이라는 손님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낙원소머리국밥은 송탄시장에서 26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생계 때문에 장사를 시작해 장사를 접을까도 고민했지만, 국밥을 먹은 손님들이 계속 찾아와주고 반응이 좋아서 26년째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의 손님맞이 비법은 ‘정성’이다. 그는 “김치를 하나 내놓더라도 직접 담근 김치로 손님들 밥상에 올린다. 우리 가게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을 위해 정성으로 대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추어탕,순대국
추어탕, 순대국은 특색있는 가게 이름이 아닌 메뉴로 가게 이름을 정했다. 손님들에게 파는 음식을 정확히 인식시켜주고 오로지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금출 대표(60)는 “특별한 거 없이 순대국, 추어탕의 기본을 지키려고 한다. 들깻가루와 부추로 향긋함과 고소함을 추가로 넣고 국물에 잡내가 나지 않아 손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신다”고 귀띔했다. 이 가게의 특징은 음식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 순댓국은 6천 원, 추어탕은 7천 원이다. 이 대표는 “요새는 추어탕이 만원이 넘어가는 음식이 돼버렸다. 우리도 가격 인상은 고려해봤지만 아무래도 경기도 안 좋고 계속 찾아와주는 손님들 생각에 이 가격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손님들이 찾아와 저렴하고 맛있다고 얘기해줄 때마다 뿌듯하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맛과 가격으로 손님들을 맞이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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