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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대규모 개발에… 조류 충돌 빈번, 수도권 최대 서식지 ‘생태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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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대규모 개발에… 조류 충돌 빈번, 수도권 최대 서식지 ‘생태계 흔들’

투명유리 건물·방음벽·고압전선에도 충돌... 사람 시각과는 사뭇 다른 시각체계 가져
전방거리 감각 떨어져 구조물 판단 못해, 생태계 보호 공감대 형성 등 관심 필요

죽음의 벽에 추락한 새들

새는 곤충 등을 포식해 농작물 피해를 줄이고, 설치류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수도권 최대 조류 서식지인 경기도. 경기도에서 조류 충돌이 많아질수록 멸종위기종의 개체수가 줄고, 천적 감소에 따른 교란 등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

 

 

■조류 시각ㆍ유리 특성…조류 충돌 주된 원인

새의 충돌원인은 크게 조류의 시각과 유리의 특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7일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수립 보고서’를 보면 야생조류는 투명 유리가 있는 건물이나 방음벽뿐만 아니라 고압 전선, 펜스나 통신탑, 풍력발전기 등에도 충돌한다. 조류는 사람의 시각과는 사뭇 다른 시각체계를 가지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비행 중 조류는 아래를 보기 위해서는 머리를 비틀어 봐야 하는데, 이러한 동작으로 인해 비행 방향을 일시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또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시력은 인간과 같이 고해상도 수준이 아니다. 구조적인 면에서도 대부분 새는 머리 측면에 눈이 있어 옆을 더 넓게 잘 본다. 옆이나 뒤에서 덮치는 천적을 잘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눈으로 겹쳐볼 수 있는 영역이 좁아 전방 거리 감각은 매우 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공간 이해도가 떨어지기에 투명벽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울러 유리의 특성도 조류 충돌에는 치명적이다. 유리는 특성상 투명하게 보이거나, 식생과 같은 사물이 거울처럼 반사될 수 있다. 새들은 사람과는 달리 유리 구조물을 장애물 또는 인공 구조물이라고 판단하지 못하고 그저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신규 개발지 조류 충돌 빈번…사회적 관심 절실

경기도내 조류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대부분 신규 개발사업 지역이다. 새들이 평소 이동하는 경로에 갑작스럽게 건물과 방음벽이 생기면 이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일례로 화성시 용주사 2교차로에서 안녕교차로 방면 630m 구간에는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120여마리의 새가 방음벽에 충돌, 폐사한 채 발견됐다. 지난 2019년 완료된 태안3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조성된 이 도로의 방음벽에는 조류 충돌 저감장치가 전무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는 지난 3월부터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도는 산하기관이 관리ㆍ소유하는 유리외벽 면적 100㎡ 이상 청사에 5x10㎝의 조류충돌 저감 시트를 부착하고 있다. 수직 간격 5㎝, 수평 간격 10㎝ 미만으로 하얀 점이 찍힌 해당 시트는 새가 유리창 등 투명 구조물을 장애물로 구분 짓게 하는 스티커 필름이다. 또 30만㎡ 이상 택지개발사업 등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지역 내 들어서는 건물에 대해선 저감 의무화 조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올해 연말께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공공ㆍ신규 건축물에만 한정됐을 뿐 민간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기도내 119만3천동의 모든 건물 유리창에 해당 스티커 필름을 강제적으로 부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조류 충돌과 관련,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은 탓에 도의 이러한 시범사업에 대해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총 743곳, 247㎞에 달하는 도내 모든 방음벽에 스티커 필름 부착 시 예산 부담도 커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 관계자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정책도 정책이지만 생태계를 지키자는 도민 공감대가 형성 돼야만 조류 충돌을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 = 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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