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등 관할 북부산림청 전국 435명 중 160명이상 소속 정규직 전환 어려워 잦은 교체...밤새 불꺼도 수당없어 처우 열악
불은 소방관이 끄는 것 아니냐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치솟는 불길이 산림을 덮칠 때 가장 먼저 숲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바로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다. 건조한 날씨가 과거보다 일찍, 더 오래 지속되면서 산불 위험성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열악한 조건과 처우에도 신속한 화재 진압을 위해 매일 고된 훈련을 반복하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이들의 임무는 무엇인지, 또 산불이라는 재난을 막기 위해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 독자소통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9월 강원 원주시에 자리잡은 북부지방산림청 산불대응센터. 산속에서 25㎏짜리 호스를 메고 고된 훈련을 하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들은 지난 5월 ‘산불주의 강조기간’이 끝났음에도 장비 점검에 심혈을 기울였다. 올해 3월 강원도를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잇따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장비점검과 산림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산림은 집중호우 시 우산효과 저하로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를 불러일으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기 전역과 강원 영서지방을 관할하는 북부청엔 전국 435명 중 160명 이상의 진화대원이 소속돼 있으며, 이곳 센터에는 13명이 근무 중이다. 대원들을 이끄는 ‘베테랑’ 조영준 진화조장(50)은 지난 2018년 기간제 신분으로 진화대에 몸담은 뒤 올해로 5년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진화대의 가장 오래된 고민이다. 임무가 어렵고 위험한 만큼 평소 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춰야 하지만, 잦은 인원 교체로 구멍이 생기는 탓이다. 2년 전 산림 123㏊를 집어삼킨 고성 산불을 계기로 조영준 조장을 비롯한 많은 대원들이 공무직으로 전환됐지만, 국유림관리소 등 곳곳엔 여전히 기간제 직원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조영준 조장은 진화대에 요구되는 가장 큰 조건으로 ‘체력’을 꼽았다. 대형산불의 경우 2박3일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데다 무거운 호스 묶음과 32㎏짜리 펌프를 들고 산길을 누벼야 하기 때문이다. 2년 주기로 체력검정을 통과해야 하며 누락될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
대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소방이 가진 대형펌프차가 없으니 산불을 진압할 때 하천이나 계곡부터 찾는다. 그곳에서부터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고 직접 화선으로 가 불을 끄는 것이다. 밤새 불을 꺼도 수당은 없다. 대체휴일로 지급되지만, 제때 쓰지 못해 이월되거나 연말에 몰아서 소진하기 일쑤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대원들의 경우 수당으로 주는 게 생계에 도움도 되고 업무 능률에도 좋을 것이라고 토로하지만, 초과근무 수당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조영준 조장은 “산림청 대원들은 무조건 산으로 뛰어 산불을 끄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일당 최저임금 수준 불과… ‘산불영웅’ 처우 제자리
매년 반복되는 대형산불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여전히 이들의 처우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강원도 산불처럼 점차 산불이 대형화하면서 산불대응 역량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된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동해시로 번져 13일(213시간) 만에 2만523㏊를 태우고서야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2천261억원에 달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산불 피해 규모였다. 곧이어 지난 5월31일 밀양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1천68개 규모인 763㏊의 산림을 태운 뒤 6일 만에 진화됐다.
경기도 역시 산불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산불만 지난 2020년 213건, 지난해 74건, 지난 21일 기준 142건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산불 발생 집계에서 이미 지난해를 훌쩍 뛰어넘었다. 피해면적은 68.19㏊로 지난해(13.29㏊)와 비교해 5배 이상 크다. 이처럼 대형산불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자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열악한 처우가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건 이들의 고용신분이다. 산림청 5개 본부에 소속된 특수진화대는 총 435명으로 최근 3년째 그대로인 데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신분이다.
지난 2020년 특수진화대의 채용·운영지침이 마련되면서 산림청은 이들의 공무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시 대원 160명에 대한 전환만 이뤄졌을 뿐 이후 추가 전환은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275명은 여전히 1년짜리 비정규직 신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숨을 담보로 활동하는 특수진화대의 일당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들의 임금은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동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수당을 비롯한 시간외 근무수당 등의 계약조건이 명시되지 않아 관외 출장비를 제외하면 별도의 수당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점차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할 초대형 헬기 등 전문 진화장비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산림청은 산불진화가 가능한 헬기 47대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담수 능력이 3천ℓ의 일반헬기고, 초속 25m 이상 강풍에도 투입 가능한 초대형 헬기는 단 6대뿐이다. 특히 야간 진화작업에 가용될 야간투시 기능을 탑재한 헬기는 1대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매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그동안 지적됐던 공무직 전환을 놓고 내부에선 단계적 전환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하고 있으나, 자세한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산불진화헬기를 확충해 대응속도를 한층 올리는 등 산불예방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산림청 대응 유지” vs “소방청 이관 절실”
전문가 주장 엇갈려
지속적인 대형 산불의 발생과 관련, 산림 및 소방 전문가들은 산불 대응 체계의 개선과 강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기존 산림청 중심의 대응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소방청으로 진화 업무를 이관해 진압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대립하고 있다.
먼저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진압전문인 소방청으로 산불진화 업무를 옮겨와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 교수는 “산불 진압을 산림청이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헬기를 통한 공중진압을 중심으로 산림청이 주관하고 있는데, 최근 경향을 보면 소방의 지상진압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산불을 비롯한 화재 시 소방의 진압능력, 작전능력이 월등하다. 산림청이 운영하고 있는 공중진압체계의 장비적인 측면만 소방청으로 이관해서 넘어오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기존 산림만 태우고 소실되던 산불이 아닌, 마을 주거지 등의 피해 확대와 이재민 발생 등을 고려해 진압 대응체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현재의 산불진화체계로는 효율적인 진화가 어려워 산불로 인한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가 산불 현장에 직접 투입돼 산불 진화와 잔불 정리를 돕고 있지만, 약 400명 정도로 인원이 적고 그나마 절반 이상이 단기 계약직이라 전문성과 사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교수는 “산림조성 및 관리는 산림청, 산불진화는 불에 대한 전문가 집단인 소방청에 각각 맡겨야 한다”며 “산불 시 신고부터 진화까지 일원화 체계를 갖춰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연구사는 ‘산림관리가 곧 산불관리’라며 산불 주관 기관은 산림청일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산림청은 산림관리 노하우를 70년 이상 가지고 있어 그 노하우 때문에 산불과 산사태 등 재난·재해의 주관 기관이 되는 것”이라며 “진화뿐만 아니라 예방, 대비를 통합으로 봐야 산불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연구사는 “산림청은 산 정상부와 깊숙한 계곡까지 가서 진화하는 게 주임무다. 소방의 경우 진화호스도 크고 무거워 산 깊숙한 곳까지 끌고 올라가지 못한다”며 “현재 임무가 명확히 나눠져 있고,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상황이라 산림청이 지금 체계대로 컨트롤하면서 더욱 공고한 협력체계를 유지해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기획과장 역시 “산림청은 산림 전체를 관리하는 것에 산불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산불은 예방과 진화, 복원이 분리되면 안 된다. 모든 재난이 마찬가지다. 소방이 진화 부분을 가져가겠다는데, 예방과 진화를 분리하면 안 되고 통합적 재난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이 과장은 “산불의 근원적 예방은 나무의 관리다. 나무를 적절히 조절하고 가꾸는 것으로 대형산불이 되거나 안 되기도 한다”며 “소방청은 산림관리를 할 수 없다. 산림청은 산불을 끄고 소방청은 민가와 시설을 보호하는 역할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독자소통팀=최현호•이정민•김현수•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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