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 속 쉽게 눈에 안 띄고... 공공기관도 접근성 떨어져 외면 외출한 엄마·아이 필수공간 수유실... 지자체 “부족한 시설 보완하겠다”
경기도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돌봄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공간 만들기’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집 밖에서 급히 모유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거나 아이와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은 여전히 수유모들에겐 버겁다. 외출한 엄마와 아이의 필수공간인 모유수유실이 일상공간 속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데다, 공공기관에서도 찾기 어렵게 돼 있거나 열악한 시설 탓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본보가 수유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기도내 모유수유 시설에 대한 실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외출 후 아기와 함께 집으로 향하던 김윤아씨(35·남양주시)는 얼마 못 가 울음소리에 급히 차를 돌려야 했다. 아기가 우는 걸 보니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신호였다. 곧 있으면 수유할 시간과 맞아 이참에 수유실에 들러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한 후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의 남양주시립박물관으로 향했지만 수유실이 없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직원의 안내가 전부였다. 결국 박물관에서 나와 20여분 떨어진 남양주시청 1청사로 차를 돌렸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조급한 마음으로 시청에 도착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수유실에 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씨는 본관 내부를 헤매다 결국 안내데스크에 물어 종합민원실 내 민원사랑방으로 이동했다.
안내도엔 보이지 않던 수유실이 민원사랑방 내에 위치해 있었다. ‘유아놀이방·모유수유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아치형 입구를 지나 왼쪽엔 수유실, 오른쪽엔 유아놀이방이 있었는데, 불 꺼진 놀이방 매트 위엔 누군가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김씨는 눈치를 보며 수유실로 이동해 문을 닫아 보려 했지만 문은 작동하지 않았다. 수유용 소파, 기저귀 교환대, 세면대, 전자레인지까지 전부 갖춰진 곳이었지만 이용이 어려워 결국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외출 시 수유가 정말 급할 때 공공기관을 찾는다. 법적으로 공공기관엔 수유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수유실이 없거나 관리가 안 된 곳이 많아 너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부천에서 아이를 키우는 심슬기씨(31)는 외출 시 부천시청 청사의 모유수유실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엔 수유실이 있고, 소파와 기저귀갈이대, 세면대, 전자레인지 등이 잘 갖춰져 있지만 부천시청의 모유수유실엔 소파와 냉장고만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사 안내도엔 모유수유실 안내 표시도 없는 데다 민원실 가장 안쪽에 위치해 접근성 역시 떨어졌다.
도내 일선 시·군 청사에 설치된 모유수유실이 구색만 갖춘 채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 난제로 대두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관련 인프라 구축에선 산모와 아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각 청사 내 모유수유실은 의무적으로 마련돼야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모자보건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청사 내에 모유수유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휴게소, 공연장(제2종 근린생활시설), 전시장(문화 및 집회시설) 역시 필수시설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선 청사 내 수유실을 관리하는 주체가 불명확하며 수유실 의무 설치에 대해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사 내 수유실은 민원실 관리인이 관리 중”이라며 “미설치와 관련해 답변을 할 수 없다. 부족한 시설에 대해서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최현호·이정민·김은진·송상호·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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