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길거리서 버젓이 담배 ‘뻑뻑’… 흡연부스 무용지물 [현장, 그곳&]
사회 현장, 그곳&

길거리서 버젓이 담배 ‘뻑뻑’… 흡연부스 무용지물 [현장, 그곳&]

유동인구 많은 버스터미널 상가 등 도내 곳곳 연기 풀풀
국민신문고 ‘간접흡연’ 민원 지난해에만 5천386건 달해... 지자체 “단속 근거 없어 한계”

image
7일 수원종합버스터미널 흡연부스 밖에서 한 시민이 흡연을 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코 앞에 흡연부스가 있는데, 왜 나와서 담배를 피는 지 모르겠습니다.”

 

7일 오전 9시40분께 수원종합버스터미널 흡연부스 앞. 6명의 사람들이 부스 밖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버젓이 흡연을 하고 있었다. 담배 연기는 바람을 타고 퍼져 불과 10m 떨어진 출입구로 향했고, 터미널에 들어서려던 시민들은 풍겨오는 담배 연기에 연신 인상을 찌푸렸다.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많아지면서 부스 바로 옆 자전거 거치대 인근은 담배꽁초가 가득한 ‘대형 재떨이’로 변한 지 오래였다. 

 

같은 날 안양시 동안구 평촌1번가 문화의거리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거리 한켠에 가림막 두 개로 가려진 흡연구역을 운영 중이었지만,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이 즐비했다. 게다가 이곳 흡연구역은 폐쇄형 부스가 아닌 탓에 인근으로 번지는 연기가 더 심한 상황이었다. 거리를 지나던 김현중씨(가명·29)는 “여기를 돌아다니면 담배 냄새 피하기 바쁘다”며 “흡연구역 자체도 있으나 마나인데, 그마저도 이용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거리라서 더 걱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길거리나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흡연권을 보장하고, 간접흡연을 줄이기 위해 설치한 흡연부스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부스 인근은 오히려 ‘흡연이 가능한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민들의 간접흡연 피해가 더 커지고 있었다. 

 

이날 국민권익위 민원 키워드 빅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경기도내 ‘간접흡연’ 관련 민원 건수는 2020년 2천839건에서 2021년 5천480건으로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5천386건)도 5천건대를 유지 중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버스정류장 인근 10m 등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행위는 단속할 수 있지만, 이 외의 공간에서의 흡연은 단속할 근거가 없어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황세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라는 공감에서 출발해 연기를 맡는 시민들이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올바른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금연구역이 아니어도 길거리나 다중이용시설 같은 경우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건강 취약계층이나 임신부 등이 자주 다니는 곳을 중심으로 금연구역을 확대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