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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20주기'…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특별한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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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20주기'…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특별한 추모 물결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속 장국영. ㈜디스테이션 제공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사람을 향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진다.

 

배우이자 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국영은 홍콩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떨치며 많은 이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장국영의 기일인 4월1일을 맞아 홍콩,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선 장국영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아 각종 전시회, 영화 기획전, 음악회 등이 열려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올해 20주기를 맞이한 만큼, 경기도내 곳곳에서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9일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에서 나와 10분가량 떨어진 카페로 들어서자 왼쪽 벽면에 ‘Leslie’(장국영의 영어 이름)가 큼지막이 적혀 있었고, 이내 애달픈 목소리의 ‘홍(紅)’이 귀를 감쌌다. 

 

안쪽에는 주인장이 오랜 기간 모은 포스터, LP, 사진이 빼곡히 들어찬 특별한 방도 보였다. 카페 내부에선 그의 20주기에 맞춰 장국영의 한 직장인 팬이 애정을 담아 그린 우드버닝 아트 40여점도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는 4월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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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레슬리' 내부에 주인장이 수집해온 ‘동사서독’ 포스터, ‘춘광사설’ LP 등 장국영 관련 물품들이 배치돼 있는 모습. 송상호기자

 

장국영의 온기와 숨결이 맴도는 이곳 ‘카페레슬리’의 주인장 최유영 사장(41)은 ‘국영 오빠’만을 위한 공간을 2019년부터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최 사장은 장국영을 처음 만난 중학생 시절을 회상했다. “1994년, 제가 14살 때였죠. 친구들이 한창 H.O.T.와 젝스키스를 좋아했던 시절, 저는 25살 차이 나는 장국영을 열렬히 좋아하게 됐어요.”

 

최 사장은 그의 출연작 중에 ‘금지옥엽’(1994년)을 제일 좋아한다. 중학생 때 비디오를 빌려서 이틀 동안 10번 이상을 돌려 봤을 정도다. 이어 그는 “1998년 ‘금지옥엽2’ 시사회장에서 오빠를 실물로 봤을 때 정말 펑펑 울었다. 그 이후 꼭 홍콩 콘서트장에도 가려고 했다”며 “그런데 제가 23살 때 그가 세상을 떠났다. 콘서트를 직접 볼 기회가 사라진 게 아쉬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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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투게더’ 스틸컷. ㈜디스테이션 제공

 

최 사장은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그의 콘서트 영상, 영화를 자주 찾아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는 “그의 죽음 이후 처음 몇 해는 너무 감정이 정리가 안됐다. 지금은 20년이나 지나서 그런지 몰라도 약간은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일날이 되면 마음이 우울하고 안타깝고 아릿하다”고 고백했다.

 

사실 최 사장은 영업 초기에 팬들이 국내외를 안 가리고 여기저기서 찾아올 거라 예상했는데,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해 난감해졌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매일 찾아주는 단골들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홍콩,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이곳을 많이 찾아주신다. 팬들을 위해 만들었으니 더 많은 분들과 장국영을 향한 마음을 교류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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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덕양구의 '카페레슬리' 내부 전경. 송상호기자

 

"홍콩은 말할 것도 없지만, 타국인 한국에서까지 그를 함께 기념하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람들이 저 말고도 많다는 데 대해 참 고마운 마음이에요.”

 

경기도 주요 극장가에선 30일 ‘해피투게더’(1997년), 기일 당일인 1일 ‘패왕별희’(1993년) 등 그의 출연작이 잇따라 재개봉 행렬을 이어가며 추모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30일 낮 12시께 메가박스 수원남문점에서는 장국영을 뒤늦게 알게 된 20대 학생부터 그의 죽음 사실을 접했던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극장 관계자는 “오늘 개봉하는 ‘해피투게더’를 50석 가량의 소규모 관에 배정했는데, 평일 10시15분 회차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상영관에서 틀었어야 했다. 장국영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날 매표소 앞에서 ‘해피투게더’ 입장 순서를 기다리던 문소연씨(가명·22)는 장국영의 팬인 어머니의 영향 덕에 어렸을 때부터 장국영, 양조위, 여명 등 홍콩 배우들이 익숙했다고 설명했다. 문 씨는 “장국영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남겼고, 배우이자 가수 또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영향력을 떨쳤던 한 시대의 아이콘 아닌가”라며 “갑작스러운 죽음에 얽힌 슬픔과 연결되는 영화들 말고도 좋은 작품들이 많다. 유쾌한 ‘가유희사’(1992년)나 ‘동성서취’(1993년)도 극장에서 자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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