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체육웅도’ 부끄러운 자화상
[데스크 칼럼] ‘체육웅도’ 부끄러운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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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체육의 맏이로써 여유가 있다면 오히려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린다는 생각으로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최근 우수선수 영입비 요청을 위해 경기도체육회를 찾았다는 수원시체육회 관계자의 자조 섞인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도내 대학에 다니고 있는 세계적인 유도선수의 수원시 직장운동부 영입을 위해 자체적으로 큰 액수의 영입비를 책정하고, 부족한 부분(계약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경기도체육회 규정에 따라 매칭지원 방식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기도체육회의 우수선수 육성지원금이 단 1억5천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들의 간절한 사정을 설명하고는 씁쓸하게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놀란 것은 대한민국 체육을 앞장서 이끌며 ‘체육웅도’를 자부하는 경기도의 우수선수 영입지원금이 타 시ㆍ도는 차치하더라도, 기초 자치단체인 수원시의 10%에도 안되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 메카’를 자부하는 수원시는 2000년대 들어서 우수선수 발굴ㆍ육성을 통한 글로벌 스포츠스타 배출을 목표로 꾸준히 직장운동부를 창단해 광역과 기초자치단체를 통틀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20개팀 150여 명의 직장운동부를 육성하고 있다. 직장운동부 육성에 투입되는 예산만 해도 연간 100억 원을 상회하며, 우수선수 영입을 위한 비용도 17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수원시는 매년 전국체육대회에서 경기도 득점의 30% 가까이를 책임지며 경기도가 지난해까지 13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에 경기도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 등은 ‘수원시가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곤 한다. 그런 수원시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을 겨냥해 야심차게 초특급 우수선수를 영입키 위해 ‘큰집’에 손을 벌렸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경기도체육회는 31개 시ㆍ군 체육회와 55개 가맹경기단체가 속해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체육단체로 16일 개막하는 제96회 하계 전국체육대회에서 지난 2월 전국동계체육대회 14연패 달성에 이어 동반 14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또한 경기도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대회 등 각종 국제 종합대회에서도 우리나라가 상위권 성적을 거두는 데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인 규모와 성적에서 전국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체육회의 예산은 일반회계가 150억원 안팎으로 규모 면에서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여섯 번째 정도 밖에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2007년 200억원을 넘기며 정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년 긴축 재정으로 인해 50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따라서 그나마 6억원에 달했던 우수선수 영입 지원금도 25%로 줄어들면서 시ㆍ군과 각 경기단체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시ㆍ군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우수선수를 발굴ㆍ육성하고 있는데도 경기도는 그 열매만 따먹을 뿐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체육회는 시ㆍ군과 경기단체 등에 미안한 마음 뿐이다. 하지만 경기도체육회와 각 경기단체들은 아무도 넘지 못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 가지 목표가 있다. 3년 뒤 서울시가 유일하게 달성한 전국체육대회 16연패 달성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첫 동ㆍ하계 전국체육대회 동반 17연패를 달성해 한국 체육사에 큰 획을 긋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도 집행부 등 일각에서는 ‘꼭 우승을 해야만 하느냐’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포츠는 경쟁을 통해 승리를 쫓는 생리를 지니고 있다. ‘체육웅도’를 자부하는 경기도가 도내에서 육성된 우수선수 조차 잡지 못하면서 대한민국 체육을 앞장서 이끌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끄러운 자화상과도 같게 느껴진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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