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8분짜리 정책토론(?)
[데스크 칼럼] 18분짜리 정책토론(?)
  • 이용성 사회부장 ylees@kyeonggi.com
  • 입력   2015. 11. 19   오후 8 : 01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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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8분동안 주제토의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얼마전 경인지방병무청(이하 병무청)이 개최한 2015년 하반기 정책자문위원회에 참석했을때 한 위원이 강하게 어필한 말이다.

이런 생뚱맞은 내용이 회의시간 중 불쑥 튀어나온 배경은 대략 이렇다.
병무청은 3대가 현역복무를 마친 병역명문가를 비롯 대학교수, 의료인, 언론인 등 각계각층에서 정책자문위원을 선정해 연간 두 번에 걸쳐 회의를 열고 있다.

이들 위원들은 국가에 헌신해야 하는 병역에 필요한 징집 소집 및 전시 병력동원, 병역자원 관리 등 전반적인 병무행정의 정책에 대해 소중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또 민감한 사항에 있어서는 듣기에는 거슬리나 도움이 될 수 있는 고언(苦言)도 서슴지 말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날 병무청이 마련한 정책자문위원회는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병무청이 사전에 발송한 그럴싸한 내용의 초대장과는 달리 누가봐도 상급기관에 보여줘야 하는 형식적인 회의로 준비하고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중점과제로 선정한 ‘대학생을 위한 효율적인 병역이행 홍보방안’ 토의시간을 단 18분으로 정한 것은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토의시간 18분은 전체 간담회 시간(90분)의 5분의1에 해당된다. 달리 보면 9명의 참석위원에게 2분씩 할당한 것이다. 

그나마 병역병문가 대표로 나온 한 위원이 18분짜리 회의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 30여분으로 늘리긴 했지만 위원들의 소중한 고견을 듣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회의진행자인 한 간부의 속전속결식 분위기까지 더해져 주제 토의시간은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나중에 보니 병무행정과는 연관관계가 불투명한 수원화성박물관 관람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간담회 자리 뒤쪽에 참석한 일부 간부공무원은 다소 지루한지 바닥으로 다리를 쭈욱 편채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고, 또 다른 간부는 회의 내내 입을 쩝쩝대며 산만함을 연출, 전형적인 시간 보내기식 행사 모습을 보여줬다. 실망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기자의 회의 경험을 앞세워 다른 기관들이 실시하는 시민참여 위원회까지 모두 비하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매년 분기별로 열리는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시민감시위원회는 정해진 회의시간을 넘어서까지 다양한 기부참여 및 모금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들 위원들은 중앙회 건의를 통해 정책까지 수립하는 등 공동모금회내 없어서는 안될 기구로 인정 받고 있다.

수원시가 수시로 개최하는 시민정책토론회도 최근 시민들이 개진한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야간과 휴일에도 공공시설물을 확대 개방, 큰 호응을 얻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국민안전처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캠페인이 논란을 거듭하자 시민 등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어 8년만에 두줄서기 폐지를 결정,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렇듯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여러 기관의 위원회는 공무원 및 담당 직원들이 생각해 낼수 없는 현장의 지적이 담겨진 정책을 수립해 낼 수 있다. 또 정책 등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마련,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소통의 기회가 부족한 시대에서 더 크게 듣고 더 넓게 반영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역할을 각 위원회가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인지방병무청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에게 좀더 다가설 수 있는 명품 병무행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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