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청소년 쉼터 ‘FOR YOU’ 급식봉사
[1일 현장체험] 청소년 쉼터 ‘FOR YOU’ 급식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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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팍팍~ 마 음만은 ‘허세 셰프’도 울고갈
쉼터 청소년 위한 따뜻한 ‘밥한끼’ 든든한 ‘희망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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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휘모 기자가 쉼터 청소년들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식단을 학생들에게 배식하고 있다.
10년 전쯤 가끔씩 가는 곱창집이 있었다.

맛과 서비스가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고 매장 규모도 작았지만 단순히 집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평소대로 그곳을 찾았던 어느 하루.

허리도 굽고 얼굴에 주름꽃이 만개한 할머니 한분이 껌과 초콜릿 등 각종 주전부리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가게로 들어왔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는 테이블마다 다가가 거나하게 취한 손님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도했지만 늘상 거절되기 일쑤였다.

잔정이 조금은 있는 기자가 어줍잖게 주머니에 있는 천원짜리 지폐 몇장을 꺼내려고 할 때, 한쪽 구석에서 식사중이던 가게 사장이 할머니를 불러 세웠다. 영업방해를 운운하며 쫓아낼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식사는 하시고 돌아다니시냐”면서 파고드는 추위를 막기 위해 할머니 얼굴을 칭칭 감은 목도리를 걷고 함께 식사를 권했다.

잠시 쭈뼛거리던 할머니는 사장과 함께 찌개와 밑반찬 등이 놓인 테이블에 앉아 몇 술을 뜨셨고 옆 테이블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자는 사장의 작은 배려로 제공된 ‘따뜻한 밥 한끼’가 찬 바람에 얼어붙은 할머니의 몸을 녹이는 것 같아 왠지 모를 짠함이 밀려왔다.

‘따뜻한 밥 한끼’는 먹는 사람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훈훈하게 해주는 감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인의 추천으로 위기 청소년들에게 수년째 정성어린 음식을 제공하는 청소년 쉼터 ‘FOR YOU’의 급식봉사활동 일일체험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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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소불고기에 들어갈 당근 등 각종 채소류 손질에 나서고 있다.
■ “오늘은 내가 요리사!” 먹방·쿡방 통해 어깨넘어 배운 실력 발휘
지난 6일 오전 10시께 방문한 동안구 호계동 소재 안양시단기청소년쉼터 ‘FOR YOU’. 비행의 유혹과 유해환경으로부터 남자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상담, 문화체험 활동을 비롯해 사후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곳은 청소년들이 정상적으로 가정과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특히 의식주를 포함한 생활관리를 지원하는 이 곳에는 현재 30여명의 학생들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방문한 쉼터 주방에는 이경진 조리 봉사원(59)이 미리 당일 학생들에게 제공할 신선한 식재료들을 가지런히 준비해두고 있었다.

지난 2012년부터 이곳 쉼터 ‘FOR YOU’와 인연을 맺은 후 수년째 무료 봉사를 펼치고 있는 이씨는 한창 먹을 나이의 학생들의 식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정량보다 넉넉한 음식 재료를 장만한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이씨와 함께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도전한 요리는 이날의 메인 요리인 소불고기. 맛술과 후추 등으로 잡내를 제거 하면서 밑간을 한 뒤 본격적인 요리 모드에 돌입했다. 양파와 당근 등 소불고기 양념에 들어갈 기본적인 채소 손질을 홀로 뚝딱 해내던 이씨는 기자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챘는지 칼과 도마를 스윽 기자 앞에 전달했다.

최근 매스컴마다 쿡방 열풍에 온갖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수십차례 본 경험이 있는지라 자신있게 칼을 잡고 당근을 채 썰었다. 두께와 크기를 균일하게 썰어내자 칼과 도마가 맞부딪히며 나오는 경쾌한 마찰음 소리까지 더해지자 능숙함을 예상치 못했던 이씨는 “평소 부인분을 위해 요리도 가끔 해주시나봐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굳이 노총각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이 없어 노코멘트로 묵묵히 맡은 일에 집중했다.

채소 손질을 마친 뒤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양념장 만들기는 이씨 옆에서 필요한 재료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 간장, 설탕, 올리고당 등 수십년 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사천리로 양념을 제조하는 이 봉사원의 비법(?)을 구경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참기름이 조금 더 들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참기름 통을 슬쩍 들어 숟가락에 작은 양을 담아 양념장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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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상추와 깻잎 등을 다듬으며 식재료 손질에 열중하고 있다.
재료 손질과 양념 만들기에 열중하느라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 같아 고민하던 중 문득 방송에서 수십번은 봤던 모 셰프의 ‘허세 소금뿌리기’가 생각났다.

“설탕을 조금 더 넣으면 달달하겠죠?”라며 슬쩍 한 손에 설탕을 붓고 ‘할까말까?’를 고민하다가 웃음과 맛 두가지 중 어떠한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잠정적 판단을 내린 후 슬그머니 설탕을 싱크대에 버렸다.

이어 이 봉사원의 지시와 도움을 받으며 만두를 찜통에 넣고 감자볶음을 불판 위에서 조리하는 등 가스레인지 모든 공간을 활용해 동시에 여러 음식을 만들다 보니 어느덧 학생들이 몰려올 시간이 다가왔다.

■ 내가 만든 요리는 몇점?… 정성 듬뿍 담아 배식 시작
점심시간이 되자 몰려드는 학생들이 수년째 자신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씨와 인사를 나누다 처음 보는 기자를 보고 약간의 경계태세를 취했다. 대충 상황을 눈치 챈 그는 자신과 함께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한 분이라며 소개해줬다.

배식대 위에 놓인 소불고기, 찐만두, 감자볶음과 오이소박이, 된장국, 각종 채소류를 본학생들은 앞다퉈 식기를 들고 줄을 섰다.

 조리모와 앞치마를 두른 채 학생 한명 한명에게 눈 인사를 하며 정성껏 배식 봉사활동에 나섰지만 어색한 기운 탓인지 학생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 끝에 “소불고기 좀 더 주세요”라며 K군(18)이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그제서야 나머지 학생들도 자신들이 선호하는 반찬을 더 요구했다.

지난 2014년 7월 이곳에 입소한 K군은 이씨가 정성껏 준비한 요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학생 중 한명으로 꼽힌다. 입소 당시 160㎝ 갓 넘었던 K군은 현재 10㎝ 이상 훌쩍 큰 176㎝에 달하는 장신(?)으로 성장했다.

제공된 음식이 맛있는 건지, 성장시기를 겪는 학생들이라 먹성이 좋은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으나 기자가 타인을 위해 직접 만든 요리를 와구와구 먹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뿌듯한 감정이 생겼다.

이씨는 “학생들마다 각각 선호하는 밑반찬과 음식이 다르다”며 “어떤 날은 음식이 많이 남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모두가 만족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거 같아 성공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날”이라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특히 이날 제공된 소불고기는 배식 인원보다 더 많은 양을 준비했음에도 양념 국물까지게 눈 감추 듯 동이 난 가장 핫한 메뉴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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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양념이 밴 소불고기와 각종 채소류를 한곳에 모아 불판 위에서 볶으며 요리 실력을 뽐내고 있다.
■ 설거지까지 깔끔 마무리! 보람·자부심 소중한 하루
식사를 하는 학생들과 서로의 나이와 취미를 물으며 이런 저런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중 싱크대에서 물 소리가 들렸다. 이씨가 먼저 나서 식자재 뒷정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화를 끊고 자리를 뜨기가 애매해 5분 정도 대화를 더 이어갔다.

이후 미안한 마음에 급하게 주방으로 자리를 옮기니 그 짧은 시간 안에 반 이상의 식기들이 정리돼 있었다. 남은 식자재 정리라도 돕기 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정리에 나서려 하는데 장갑안에 스며있던 물끼가 느껴졌다. 

게다가 바닥에 튄 물에 양말까지 젖으니 까탈스러운 본능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 정도 도왔으면 됐으니 그만 쉬라”는 이씨의 말에 순간적으로 ‘그만하고 잠시 동안이라도 양말을 벗고 말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나선 체험의 의미가 퇴색될 것 같아 조용히 뒷정리를 도왔다.

오후 3시께, 저녁 시간 전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가는 이씨와 인사를 나눈 후 체험을 마무리하고 쉼터를 나왔다. 학생들에게 정성과 사랑이 담긴 식사를 제공한 오늘만큼은 어떤 유명 셰프보다도 멋진 셰프로 활약했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안양=양휘모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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