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비닐하우스 갤러리 오픈한 진공재 전각작가
[문화인] 비닐하우스 갤러리 오픈한 진공재 전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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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감상하는 열린 공간… 언제나 환영”
내년 환갑 앞두고 방황끝 정착… 나만의 ‘작품 공간’ 벅찬 감동
10여년 도장 새기며 독학으로 서·화·각 어우러진 창작 활동
대한민국서예대전 ‘최고상’ 영예도… 학생들 위한 배움터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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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어도 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단지 내 작품이 갈 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왕 청계산 자락에 세워진 ‘扉泥陋(비니루)’. 사립문 비(扉), 진흙 니(泥), 더러울 루(陋)자를 쓰는 이곳은 이름에서 짐작하듯 비닐하우스다. 진공재 작가가 비닐하우스를 갤러리로 꾸며 지난 23일 문을 열었다.

이 비닐하우스 갤러리는 진 작가가 31번째 이사 끝에 정착한 공간이다. 작업실과 교육실을 갖추고, 그의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진 작가는 “내년에 환갑을 맞아 정착하겠다는 생각으로 내 작품 수천점을 보관할 공간을 찾았다”며 “남들은 비닐하우스를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미 있는 공간이다”라며 말했다.

진 작가는 주위에서 기인(奇人)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유·불·도교 등 동양 사상을 주로 표현하지만 특별히 소재나 표현방식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글씨와 그림, 도장이 함께 있는데 이것들은 조화를 이뤄 그만의 독특한 화풍이 됐다.

작품만큼 그의 인생 또한 평범하지 않다.
진 작가는 16세 때 전북 남원에서 안양으로 올라오며 길거리에서 도장을 팠다. 그때가 1974년이다. 10여 년 도장을 새기다 보니 글씨와 그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배울 스승이 없어 혼자 책 보면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공부가 서(書), 화(畵), 각(刻)이 어우러진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1991년에는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전각 부문 최고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서예협회 경기도지부장, 서예협회본부 이사, 한국전각학회 감사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불현듯, 2003년 모든 감투를 벗고 지리산, 남원, 부산, 산천을 떠돌았다.

그는 “모든 게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위해 자연인으로 떠돌았다”면서도 “그동안에도 글자체 24종을 개발해 전각을 새기는 등 틀을 벗어난 활동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진 작가는 비니루 입구에 ‘누구라도 작품관람 환영합니다’라는 커다란 천막을 내걸었다. 향후 오가는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쉬어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다. 아울러 그는 비니루의 공간을 이용해 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자 한다. 서예와 전각을 가르치는 교습소를 열 예정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삶류 작가’라고 정의내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1974년에 출가해 43년 동안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해왔는데, 이정도면 별짓을 다하는 삶류 작가라고 할 만하지 않나요.”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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