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토착 검사·토착 경찰
[지지대] 토착 검사·토착 경찰
  • 김종구 주필 kimjg@kyeonggi.com
  • 입력   2018. 01. 16   오후 8 : 51
  • 2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사들에겐 몇 번의 인사 고비가 있다. 그 첫 번째가 부장검사 승진이다. 평검사에서 간부검사로 승진하는 때다. 잘 나가는 검사와 못 나가는 검사가 여기서부터 갈린다. 밀려났다 싶은 검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다. ‘계급정년’ 문화가 엄중하던 십수 년 전에는 더 그랬다. 대략 40대 전후의 연령대다. 조직에 대한 서운함이 당연히 있을 터다. 하지만 ‘승진 안 시켜줘서 나간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많은 검사들이 이런 변(辯)을 남긴다. ▶“전국 옮겨 다니는 게 지겹다.” “애들 학교 문제가 생기니 더욱 그렇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위해 검사 생활을 접기로 했다.” 자녀 학업이 본격화될 연령대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여기저기서 ‘승진 못 하니까 옷 벗는 거면서…’라고 쑥덕거린다. 그런데 같은 불만이 ‘잘 나가는 검사’들에게도 있다. ‘평검사 2년, 간부 검사 1년’이라는 순환근무 원칙 때문이다. 평생 이삿짐을 싸야 하는 고약한 제도다. ▶역설(逆說)이다. 이런 불편함이 검사를 편하게 만든다. 토착세력과의 연계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세상 욕 다 얻어먹는 검사들이다. 정치 검사, 권력의 시녀, 부패 검사…. 그런데 여간해선 듣지 않는 비난이 있다. ‘토착 검사’ ‘지역 검사’다. 토착세력에게 검사는 늘 ‘포섭대상 1호’다. 이런저런 줄을 대며 접근하기 일쑤다. 그런데도 웬만해선 토착세력과 엮이지 않는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1ㆍ2년마다 무조건 짐 싸는 순환 근무제다. ▶드라마 ‘전원일기’가 있었다. ‘영남이’는 김 회장(최불암 扮)의 손자다. 착실히 커서 경찰이 됐다. 드라마 종영 때까지 읍내 지서에 근무했다. 도망간 개도 찾아 주고, 부부싸움 말리려 출동도 했다. 양촌리 주민에게 경찰보다 가족에 가까웠다. 실제로 우리네 경찰이 그랬다. 늘 지역 주민과 함께 부대끼며 지냈다. 때로는 친구가, 때로는 해결사가 됐다. 도둑 잡고, 밤길 지키는 게 경찰의 업무라고 말하던 시절엔 그랬다. 그게 멋이었다. ▶엊그제 청와대가 권력 구조 개편안을 냈다. 경찰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반대 여론이 많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될 것이라며 걱정한다. 이를 불식시킬 숙제가 경찰에 있다. 국민이 믿을만한 제도를 내놔야 한다. ‘토착 경찰 방지책’도 그중에 하나다. 토착 세력과 엮이지 않을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철저한 순환 근무제다. 고위직에만 적용하는 향피(鄕避) 제도는 안 된다. 이미 MB 정부에서 실패로 끝났다. ▶전원일기 속 양촌리. 김 형사 ‘영남이’는 이웃집 ‘일용이’를 구속시킬 수 없다. 그걸 우리 사회는 정(情)이라고 한다. 그 정을 제도로써 차단시키는 것이 경찰권 강화의 전제 조건이고, 그 전제 조건을 완성해가는 출발이 순환 근무제의 전면 실시다.

김종구 주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