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금융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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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돈을 빌려달라는 을의 인품과 신용을 믿고 차용증 등의 증거서류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을의 계좌로 돈을 송금한다. 갑은 비록 차용증 등의 증거는 없지만 을의 계좌로 송금이 이루어졌다는 자료는 남아 있기 때문에 안심한다. 이후 갑은 위 대여금을 반환하라고 을에게 요구하지만 을은 이를 거부한다. 을은, 예컨대 자신이 과거 갑의 일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갑이 이에 대한 사례로 위 돈을 지급한 것이라는 등의 억지를 쓴다.

많은 분이 이런 사건에서 금융자료가 있으므로 갑이 소송을 제기하면 쉽게 승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송금이 이루어진 사실은 다툼이 없지만, 갑의 대여 주장을 을이 부인하면 갑이 자신의 주장(대여)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목격자의 증언이나 송금 이후 양 당사자가 교환한 문자 메시지 등이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례에서 을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한 것은 쟁점과 무관하다.

위 사례의 경우 갑이 대여 주장을 증명하지 못했지만 부당이득 법리(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따른 청구는 가능할까? 그런데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정한 급부를 한 후 그 급부가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 또한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부동산 매수 대금으로 돈을 송금한 후 매매계약의 무효·취소를 이유로 대금 반환을 청구할 때에는 돈을 송금한 매수인이 무효·취소를 입증하여야 한다. 돈을 송금한 원인이 될 만한 사유가 처음부터 없었던 경우(이른바 착오 송금)도 같다. 즉 돈을 송금한 사람이 착오로 송금한 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위 사례의 경우 을이 갑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그 원인에 관한 갑의 주장(대여)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그 돈이 을의 부당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을이 아무런 법률상 원인 없이 돈을 받았다는 점(착오 송금)을 갑이 증명하지 못하면 갑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치를 판시한 대법원의 최근 판결(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은 법의 세계에서 증거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이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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