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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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은 꽃무리와 함께 남쪽에서부터 찾아온다. 한반도 남쪽 끝 통영의 풍광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만들어낸다. 통영항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숱한 섬이 만들어 내는 비경을 품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풍광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미륵산 자락 풍광 좋은 곳에 음악당이 들어서 있다. 통영 출신의 한 음악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세계적인 수준의 시설을 갖춘 공연장은 물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으로도 이미 유명하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음악가의 이름을 직접 붙이지는 못했지만 독일출신 재단 대표의 주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쇼팽 콩쿨에서 우승한 조성진의 국내 연주가 이곳에서 열린 것이 우연이 아닐 정도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달 개막된 통영국제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귀향이다. 독일에서 영면한 고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통영국제음악당 앞 양지 바른곳에 모셔졌다. 1957년 독일로 간 그는 동아시아 음악의 요소를 서양 음악에 접목시킨 작품으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1967년 윤이상은 동백림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체포 과정의 불법성과 혐의 사실의 날조 혹은 과장으로 국제사회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스트라빈스키, 카라얀 등의 음악가들이 한국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압박을 거듭하여, 1969년 석방 이후 서독으로 돌아가 2년 뒤 독일 국적을 취득하였다.

이후 베를린에서 활동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던 중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소식을 접하고 ‘광주여 영원히’라는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그의 작품 중 가장 충격적이고 강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번 음악제의 개막 공연에서 연주되었다.

이후에도 민족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다 1995년 베를린에서 영면하였다. 그리고 지난 3월, 23년 만에 귀향한 것이다. 30일에 열린 추모식과 음악제 개막행사에는 윤이상 선생의 가족은 물론 독일 대사가 참석하여 그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통영시내에는 그의 이름을 딴 기념관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원이 위치한 곳의 지명을 딴 이름으로만 불렸으나 작년말에 공식명칭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그의 예술혼과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과 공연장이 있다. 2010년에 처음 개장한 기념관은 이념논란으로 인해 지명을 딴 도천테마기념관으로 불렸다. 작년 시민단체의 청원에 의해 시의회에서 명칭 변경을 결의하여 7년 만에 윤이상 기념관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봄을 맞이하는 꽃으로 가득한 남도의 풍광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그리고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거장은 그 품격을 높여주는 듯하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도 통영 출신으로 원주에 집필실을 꾸리고 활동했지만 영면한 곳은 미륵도 양지바른 산기슭이다. 묘소 아래에는 박경리기념관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많은 이들이 거장을 기리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이 있기에 이 봄이 더욱 빛난다. 그리고 남도를 찾을 이유가 하나씩 더 쌓여간다.

김상헌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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