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웰다잉 시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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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수 할머니는 올해 117세를 맞은 일본의 미사오 오카와 부인이다. 참 부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올 것이다.

‘100세 시대’가 바로 코앞에 와있다. 다양한 유기농 음식, 기상천외한 웰빙식품, 종류를 셀 수 없는 건강보조식품과 장수를 돕는 기적의 약품들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설득 또는 현혹하고 있다. 

‘죽음’을 피하고 싶고 피할 수 없다면 늦추고 싶다는 모두의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죽는다. 이 절대원칙 속에서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나그네’ 일 뿐이다.

‘웰빙’으로 다져진 20세기의 튼튼한 인간들이 어느덧 21세기에 접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고 있다. 나의 호흡이 끊어지는 그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나이가 들며 이런 생각을 자주 해본다. 또한, 지난 수년간 적지 않은 장례식에 참석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처절한 슬픔을 함께 나누며 ‘웰빙(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못지않게 ‘웰다잉(멋지게 사라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살면서 언젠가는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잊고 있기에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 한국의 장례문화는 결혼식문화와 큰 다름없이 획일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일부 내가 방문한 장례식장은 문상객을 신속하게 맞고 빠른 시간 내에 절차를 마치는 것이 장례식의 전부인 것처럼 장례식 순서는 엉성하고 뭔가 채워지지 못하는 절차상의 아쉬움이 큰 편이다. 

장례식장마다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한쪽에서는 고인의 영정 앞에서 절을 하고 분향을 하며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바로 그 옆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소란하게 식사 또는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행위의 장소가 아주 근접해 있어 편하기도 하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때로는 슬픔을 누릴 여유가 없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요즘 같은 ‘장례식장 문화’가 형성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유족들이 문상객들과 밤새워 마당에서 곡과 음주를 하던 ‘불편함’을 간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례식장 문화’가 형성되어 유족들도 크게 불편하지 않고 방문객들도 밤새워 유족들을 위로하지 않아도 된다. 

불편한 사항들을 현대사회의 형편에 맞게 간소화되고 진화된 절차로 장례식을 거행하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 그리고 지독히도 외로운 유족들에게는 이런 약간의 소란함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그러나 장례식장의 신성함과 슬픔을 누릴 수 있는 고요함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마치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의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거룩하고 엄숙한 의식 대신 산만하고, 요란하고, 그리고 아주 짧고 빠르게 치르는 것이 중요한 목적같이 보여진다. 

평범하게 살다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의 장례식도 충분히 품위있게 만들어 그가 세상에 남긴 아름다운 일들을 기억하고 그의 삶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행사로 승격시키는 과정이 이제부터는 필요하다. 내가 참석한 일부 장례식은 고인을 너무 초라하게 보내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웰다잉-Well Dying- 아름다운 장례식을 계획하자. 나의 장례식은 하나의 멋진 음악회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바하의 브란덴브르크 협주곡의 트럼펫 솔로로 시작해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2악장을 통해 위로를 얻고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의 마지막 악장으로 꿈꾸는 내세를 보려한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포레, 베르디 등 많은 작곡가들의 음악 중에 떠난 자를 위로하고 기념하는 음악이 아름답다. 그들의 음악을 장례식장에 틀어놓자. 물론 한국전통음악과 불교음악도 있을 것이다. 음악이 한 인간 삶의 끝에 존재할 수 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름답고 멋지게 장식할 수 있는 것이다. 

떠나보내는 것은 슬프고 아쉽지만 이 세상을 나름대로 승리의 삶을 살다 간 우리의 챔피언, 그들을 영광스럽게 보내도록 하자. 시급히 나의 장례식 순서를 자세하게 멋진 음악으로 만드는 것부터 준비해야겠다. 참석하신 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표시도 잊지 않고 마지막까지 그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물하고 싶다.

함신익 심포니 송 지휘자·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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