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농촌도 고통…외국인 근로자 숙식비 등 현물 지원 포함 안돼
최저임금에 농촌도 고통…외국인 근로자 숙식비 등 현물 지원 포함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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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줄고 인건비 부담 커져… 인원 감축 불가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못지않게 농민들의 속앓이가 깊어가고 있다. 국회가 지난 5월28일 합의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근로자에게 현물로 제공되는 숙박 및 식비 등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농가들은 임금 인상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에 시급을 820원이나 또 올리면 1인당 인건비로 연간 196만 원이 더 들어가게 됨에 따라 영농 압박이 불가피하다.

이천에서 비닐하우스 40동을 관리하는 농민 A씨(42)는 딸기, 수박, 상추 등을 재배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6명을 고용, 시설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비용의 30%였던 인건비가 40%에 달해 인원 감축을 결정했다.

A씨는 “외국인 근로자를 1명 감축하고, 재배 작물도 손이 덜 가는 품목으로 전환할 생각이다. 다른 농가에서도 고용을 줄이고 있고, 인건비를 줄이며 불법체류자까지 고용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기숙사 등 숙식을 해결해주고, 때가 되면 여권 만료 관리까지 해주는 등 내국인 고용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A씨는 농촌은 외국인이 아니면 고용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손이 귀해 최대한 이들의 이탈을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양평에서 버섯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민 B씨(61)도 하루 2만 병의 버섯 종균을 배양하면서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출신 15명의 일꾼을 고용했다.

B씨는 “내국인 근로자의 월급을 감당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버섯 가격도 최하 5천 원으로 형성되던 2㎏ 박스당 경매가가 2천~3천 원에 불과해 농장 운영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농업 특성상 시기를 놓치면 한철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인건비가 급등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가 소득이 정체 및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농가 영농부담은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2017년 평균 농가 소득은 3천823만 원으로 지난 2012년의 3천103만 원에 비해 72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흑자 여부를 나타내는 농가경제잉여액은 지난해 759만원에 불과했다. 1년 동안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흑자가 1천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셈이다.

이에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는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숙식과 관련해서도 주거시설 및 음식재료 등을 현물로 제공하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농가 경영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일자리 안정자금도 급여가 월 190만 원 이상이면 노동자가 고용보험 가입을 원치 않을 시 지원할 수 없는데다 30인 이상을 고용하는 농업법인, 농산물산지유통센터도 지원이 불가해 경영 압박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한농연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농업계 대표가 들어가지 못한 점도 타개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가세현 한국농업경영인 경기도연합회장은 “농민단체들도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아직 과도하게 대응은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개별 농촌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들썩이고 있어 농민의 불안감이 많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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